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2015 글로벌 인더스트리 쇼퍼런스’ 강사로 나서 현실에서 구현되는 영화 속 생명공학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2015 글로벌 인더스트리 쇼퍼런스’ 강사로 나서 현실에서 구현되는 영화 속 생명공학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레이더 장비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초콜릿이 녹은 걸 발견했대요. 전자레인지와의 첫 만남인 거죠.” “발모제는 본래 고혈압 치료제,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였다는 걸 아세요?”

6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참석자 2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녀 셋이 발랄한 대화를 나누며 역사 속 우연한 발견과 발명의 현장을 조명했다. 한국경제TV가 주최하는 ‘2015 글로벌 인더스트리 쇼퍼런스(쇼를 결합한 콘퍼런스)’의 개막 프로그램인 ‘비주얼 키노트’다.

이들은 연극 형식으로 ‘세렌디피티(우연한 계기로 중대한 발명·발견이 이뤄지는 현상)’ 일화들을 소개했다. 연구 중 실험을 잘못해 생긴 푸른곰팡이로부터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찾아낸 플레밍의 에피소드 등 역사적인 세렌디피티의 현장을 알기 쉽게 전달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글로벌 인더스트리 쇼퍼런스는 최신 기술과 트렌드, 아젠다 등을 강연뿐 아니라 패션쇼, 음악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주는 콘퍼런스다. 올해 주제는 ‘우연한 발견, 세상을 바꾸다’. 일상 속 평범해 보이는 마주침에서도 혁신을 찾아낼 수 있다는 통찰을 담았다.

○“SF에서도 참신한 발상 얻어”

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과학계가 영화 속 생명공학기술로부터 어떻게 영감을 받고 있는지 소개했다.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한 작가 마이클 크라이턴은 호박 속 모기로부터 공룡의 DNA를 추출한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쥬라기공원’을 썼다. 1993년 동명의 영화 개봉 당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크라이턴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2000년대 말부터 매머드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 속 아이디어를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것도 ‘세렌디피티’와 맞닥뜨리는 방법이다.

○“세렌디피티는 실패 경험 전제돼야”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시각의 변화를 통해 기존 산업 모델에서 변신하고 있는 회사들을 소개했다.

그는 “엔진을 생산해 팔던 전통적 제조업 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제 엔진에 센서를 부착, 성능을 예측하고 정비해주는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며 “내부 회의에서 ‘GE는 20년 안에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선언할 정도로 기업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앤디 호 스플렁크 아시아태평양 마케팅총괄은 다가오는 시대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에서 2010년 무렵까지 기업에 중요한 정보는 직접 기록해 넣는 데이터였다”며 “이제는 온 사방에서 실시간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 총괄의 주제발표 직후 열린 ‘웨어러블 패션쇼’에서는 일상 속에서 웨어러블 기술이 활용되는 모습을 그린 쇼가 펼쳐졌다. 현재 위치를 파악할 뿐더러 진동을 통해 목적지를 알려주는 신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핸드백 등 센서를 부착하고 통신 기능을 넣은 ‘똑똑한’ 물건의 콘셉트를 소개하는 패션쇼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은 “우연한 발견은 필연적으로 실패 경험을 전제로 한다”며 “190번의 실패를 거쳐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아내 이번에 노벨생리의학상을 탄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원 교수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송재조 한국경제TV 사장은 “쇼퍼런스는 참석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천편일률적인 콘퍼런스 형식에서 벗어나 모두가 보고 듣고 느끼는 새로운 지식 공유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