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분희 대표 "동양여자가 국제회의 유치하니 코웃음…10년간 만찬 참석 한복입고 얼굴 알려"
2880시간. 한 해 평균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1년 중 3분의 1은 해외 출장 중이다. 비행기 조종사나 스튜어디스가 아니다. 국제회의 기획사 메씨인터내셔날을 운영하는 여성 벤처인이다. 최소 50명에서 최대 3만명에 이르기까지 정부, 기업, 학회 회의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해외를 누비고 있다.

조그마한 민간회의주최(PCO)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한 것이 계기가 됐다. MICE 산업의 매력에 빠져 2003년 사업에 뛰어들었다. MICE 산업은 회의(meetings),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s), 전시회(exhibitions)를 이른다. 이 산업은 참가자 1인당 평균 소비액이 일반 관광객의 3.1배, 체류 기간은 1.4배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

사업을 처음 할 때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산업은 오랫동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아시아 국가는 소외돼 왔다. 이 때문에 영어도 서툰 조그만 동양 여자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없었다. 스위스에서 진행된 세계국제회의기획가협회(IAPCO)를 찾아갔을 때다. 추운 날씨에 기차, 버스를 갈아타며 힘들게 협회에 도착했다. 그러나 누구도 나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안의 열정을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반기는 이 없어도 지난 10년 동안 아무리 바빠도 IAPCO 총회에 꾸준히 참석했다. 이를 지켜본 외국인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덕분에 세계 36개국, 75개 도시에 진출해 있는 국제회의 그룹인 ‘INCON 그룹’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INCON 그룹의 회원사가 되기 위해선 기존 회원의 추천과 내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해외에 나가선 늘 ‘민간 외교관’이란 생각을 잊지 않았다. 세계적인 대회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고민했다. 해외 공식 만찬 자리에 참석할 때면 항상 고운 한복을 입었다.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7년 국제건축사연맹 세계건축대회, 2019년 세계응급의학학술대회, 2020년 비파괴검사대회 등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산부인과학술대회, 세계천문학학술대회 등을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분희 < 메씨인터내셔날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