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53억弗 외화채권 발행금리 올라 '골머리'
한국 CDS 프리미엄 1년 전 비해 39% 올라
국민은행, 지난달 발행 예정 5억弗 커버드본드 발행 연기
글로벌 투자자들의 커진 경계 심리가 국내 은행의 외화채권 발행 비용을 높이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4분기에 외화채권 차환발행이나 신규발행에 나서려면 상반기보다 높은 발행금리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며 “낮은 금리로는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기준)은 75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를 나타냈다. 1년 전에 비해 약 39% 오른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인 CDS에 붙는 가산금리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건 해당 국가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국내 은행의 채권발행 비용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지만, 국내 은행 외화채권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진 탓에 한국 CDS 프리미엄은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이슈로 치솟았던 8월 말 고점(80bp) 대비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 은행이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의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신용위험에 대해서까지 헤지(위험회피)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외화채권 발행을 연기한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5년 만기 5억달러어치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발행 비용이 크게 뛰자 일정을 연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첫 커버드본드이다 보니 국내 은행의 벤치마크(기준가격)가 될 가능성이 높아 비싼 비용을 감수하면서 발행하기보다는 적당한 시점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은행 가운데선 농협은행(24.5%)이 외화부채 중 사채 비중(올 상반기 말 기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신한은행(16.8%), 국민은행(16%), 하나은행(15.8%), 우리은행(12.5%) 순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수준은 양호한 편이지만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 심화로 외화채권 발행의 직접적인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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