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날개형'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전반에 걸친 대수술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노동개혁을 강조한 뒤 관련 방안 마련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권 초기 경제민주화 입법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보다는 대주주와 대기업을 개혁대상으로 삼았던 점과 비교해 보면 전혀 상반된 성격의 개혁안이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노동 보호에 중점을 뒀던 경제민주화형 노동정책이 결국 청년실업자 양산이란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으로도 이해된다.

경제민주화형 노동정책에 대해선 처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해야 할 청년들의 일자리를 이미 취업한 기존 근로자들에게 덤으로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이 다른 개발도상국처럼 노동시장이 커지는 상황이었다면 그 나름대로 성공을 담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 투자를 범죄시했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노동시장 확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야당은 아직도 “정규직의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형과 같은 노동개혁으로는 청년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비판하고 있다. 한 야당 국회의원은 “아버지 월급 빼앗아 자식 월급 주겠다는 친(親)재벌적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질 높은 일자리 창출정책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경제민주화형 노동정책을 더 추진해야 한다고 선동하려는 발언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의 올해 적자규모가 총 5조6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의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형 노동정책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번 노동개혁 방향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경제민주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지난달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 개정안 등 5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특히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4년까지 연장하고, 파견 가능 업무도 확대하는 등 그동안 노동시장 경직화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부분에 대한 개정안이 담겨 있어 기대가 크다.

일방형 개혁은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실패 가능성 또한 크다. 따라서 정규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노동시장도 확대하는 방식의 이른바 ‘양날개형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규직 근로자의 인건비를 기업들이 시장 수요에 따라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생산성 없이 고임금만 차지하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기준을 완화하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이번 노동개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세대 간 일자리 전쟁에 대비하는 것인 만큼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노사 간의 다툼이 아니라, 경제 정책의 실행 성공과 다음 세대에 대한 공동의 배려를 위한 개혁이 돼야 한다.

지난달 30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83위, 노사 간 협력은 132위로 최하위권 평가를 받았다.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 해법을 노동개혁에서 찾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