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간 민간인 발길 안 닿은 강원 양구 '두타연 산소길'
일엽지추(一葉知秋).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는 말이다. 어느덧 새빨갛고 노랗게 온 산을 물들이는 낙엽의 계절이 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가을 단풍은 지난달 23일 시작돼 오는 20일쯤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가을여행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는 단풍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고민이 있다. 단풍 명소마다 인산인해여서 사람에 치이기 십상이라는 것. 널리 알려진 명소보다 덜 알려진 숨은 명소를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50여년간 민간인 발길 안 닿은 강원 양구 '두타연 산소길'
금수산, 중부권 첫 단풍지

충북 제천에 자리한 금수산(錦繡山·1016m)은 중부권에서 가장 먼저 단풍을 맞이하는 곳이다. 퇴계 이황이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빼어난 산이라 해서 이름 지은 금수산은 작성산(848m), 동산(896m), 말목산(720m) 등으로 이뤄진 주능선과 서쪽으로 선봉, 미인봉, 망덕봉 등의 가지 능선이 있다. 금수산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자드락길에 있는 용담폭

다.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용담에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용담폭포는 단풍과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이룬다.

화암사, 절을 포위하는 듯한 단풍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 있는 화암사는 설악산 코앞에 있지만 열에 아홉은 모르고 지나치는 숨은 단풍 명소다. 화암사는 신라시대 진표율사가 세운 작은 사찰로, 금강산 첫 봉우리인 신선봉 아래 120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암사 단풍은 절 뒤편 계곡에 있는 화암폭포에서부터 시작한다. 화암폭포 주변 단풍나무에 붉은 물이 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절 아래로 내려와 10월 중순이면 마치 사찰을 포위하는 듯 오색 물감을 풀어놓는다. 설악산 단풍만큼 색이 진하고 곱다. 비오는 날이면 단풍잎이 비에 물드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영롱하고 아름답다. 10월 중순이 절정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산책로

강원 원주시 흥업면에 있는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지역주민만 아는 숨은 단풍명소다. 캠퍼스 내 산책로를 따라 오솔길을 올라가면 양옆으로 곱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정갈한 모습으로 줄지어 서 있다. 매지저수지와 벚나무길, 은행나무 가로수길, 완만한 언덕의 산림욕길, 소나무 숲 등이 있어 산책길이 지루하지 않다. 캠퍼스 내 노천극장은 지금은 부부가 된 설경구·송윤아 주연 영화 ‘사랑을 놓치다’의 주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비수구미 마을, 울창한 원시림속 단풍

파로호 호반에 자리잡은 강원 화천군 ‘비수구미 마을’은 한때 오지 중의 오지였다. 일제강점기 화천 수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고립돼 지금도 4가구만 살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덕분에 울창한 원시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나무 데크도 놓이고 인공으로 만든 다리도 생겼지만 한가롭게 걸으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비수구미 생태길을 따라 트레킹하다 보면 울긋불긋한 단풍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두타연, 때묻지 않은 순수한 단풍

2006년 개방된 강원 양구군 방산면 ‘두타연 산소길’도 숨은 단풍명소다. 50여년간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이었던 이곳에선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의 순수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계곡을 빼곡히 덮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일품이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빨강, 주황, 노랑, 연두색 등 형형색색의 단풍이 계곡물에 비쳐 물과 함께 출렁이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용평리조트 곤돌라 코스…발왕산 단풍이 한눈에

강원 평창의 용평리조트 내 곤돌라 코스에서 내려다보는 발왕산(해발 1458m) 단풍도 절경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발왕산의 명물 주목(朱木)이 붉게 물들어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발아래로 내려다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