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단속하니 "왜 나만 갖고 그래"
지난 2일 오전 서울 용두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 폭 5m의 좁은 길을 이삿짐센터 차가 가로막고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엔 다른 차량도 주차돼 있었다. 행인들은 차량 사이로 몸을 비집고 다녀야 했다. 차를 빼라는 동대문구 단속반원의 요구에 한 차량 주인은 “누가 신고했느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단속반원은 동행한 기자에게 “불법주차를 하고도 ‘저 차는 왜 안 잡고 나만 잡느냐’고 따지는 게 다반사”라며 “때론 멱살을 잡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법주차 단속 현장뿐만이 아니다. 공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곳 어디에서나 공무원들은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한다. 이런 행태는 법을 지키면 손해이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1.2%가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선 무려 87.6%가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답했다. 이렇다 보니 기초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에서 편법과 새치기가 만연한 지 오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컨대 최근 문제가 된 사회지도층 자녀의 특혜채용 논란 등은 공정한 경쟁에 대한 젊은이들의 믿음을 뒤흔든 대표적인 사례”라며 “사회 지도층부터 과정을 중시하고 법과 규칙을 따르는 등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