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장노익 전 대전중부서 경감 "사흘에 한 번꼴로 소외이웃에 봉사…아들이라고 반길 때 보람"
“사흘에 한 번 돌아오는 비번일은 어김없이 노인, 장애인과 함께 보냈습니다. 이제는 외로운 어르신들이 저를 ‘아들’이라고 부르는 게 경찰 직함보다 익숙하네요.”

지난 8월 명예퇴임한 장노익 전 대전중부경찰서 경감(53·사진)의 이야기다. 1987년 경찰 일을 시작한 장씨는 정년을 8년 앞두고 명예퇴임을 선택했다. 사회복지학 공부에 전념하고, 90세가 넘은 노모를 모시며 더 활발히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장씨가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1년이다. 파출소에 근무하다 보니 3일에 한 번씩은 쉬는 날이 돌아왔다. 쉬는 날을 보람있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선택한 것이 봉사였다. 안형모 당시 경기 남양주경찰서 경위가 ‘따뜻한세상만들기’라는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연락해 인연을 맺었다.

이후 따뜻한세상만들기 대전지부 회장을 자임한 장씨는 주로 장애인시설과 노인전용 주택 등을 찾아다니며 봉사했다. 노인들은 그가 찾아갈 때마다 “우리 양아들이 왔다”고 반겼다.

주말이 되면 시설에 있는 노인들과 함께 전국 각지로 여행을 갔다. 장씨와 함께 통영을 찾았던 한 할머니는 임종 직전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식사라도 하라”며 5만원권을 건네주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은 따뜻한세상만들기 회장으로 활동했다. 대전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다른 지역도 수시로 방문했다. 목욕시설이 없는 조치원의 한 정신장애인 요양시설을 찾아 직접 이들의 몸을 씻기고 청소를 했다.

적십자 소속 단체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서울에 있는 중학교를 찾아가 장애인용 휠체어 사용방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장씨는 경찰 재직 기간 대부분을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으로 일했다. 그편이 봉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마을 곳곳을 순찰하며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대상으로 틈틈이 봉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따뜻한세상만들기의 전국 회원은 1만여명이다. 대전지역 회원만 2000여명에 이른다.

장씨는 “경찰생활도 행복했지만 봉사하며 사는 삶이 더 즐겁다”며 “퇴임을 계기로 ‘베푸는 삶’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