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심한 셀카족 저격한 'LG V10'…스펙보다 눈에 띄는 '가격'
[ 최유리 기자 ] 여성들에게 셀카(셀프카메라)는 포식 후 나온 디저트다. 취하자니 민망하고 포기하자니 아쉽다. 순간을 담고 싶은 욕구와 주위의 이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지난해 셀카봉이 빅히트를 쳤을 때 기자가 눈길도 주지 않은 이유다. LG전자가 두 개의 눈을 가진 'V10'으로 기자같은 소심한 셀카족을 겨냥했다.

LG전자는 셀카봉 대신 전면 듀얼 카메라를 내세웠다. 각각 120도와 80도의 화각을 지닌 두 개의 카메라(500만 화소)다. 이 중 120도 광각 카메라는 같은 거리에서 더 넓은 영역을 사진에 담는다. 주위 배경과 많은 인물을 담기 위해 셀카봉을 꺼내고 얼굴을 밀어넣는 등 야단스럽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멀티뷰 레코딩을 통해 사진 촬영에 재미도 더했다. 상하나 상하좌우 등으로 화면을 나눠 전후면 3개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친구들과 다양한 각도에 찍은 사진을 한데모아 꾸미기 좋아하는 셀카족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리뷰+] 소심한 셀카족 저격한 'LG V10'…스펙보다 눈에 띄는 '가격'
여성들에게 셀카 기능만큼 중요한 요소는 디자인이다. 이미 스마트폰은 액세서리처럼 개성을 나타내는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V10의 디자인은 아쉽다. 그간 LG의 스마트폰이 디자인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V10은 G4와 유사한 디자인에 다른 소재의 옷을 입었다. 측면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후면에는 실리콘 소재를 적용했다. 그러나 금속의 차가운 질감과 실리콘의 부드러운 느낌이 부딪히고 만다. 특히 후면 실리콘 재질은 잔무늬를 넣어 편안함을 넘어 수수한 느낌을 준다. G시리즈를 뛰어 넘는 슈퍼폰,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의 첫 결과물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괴리감이 있다.

충격에 강하다는 내구성을 내세웠지만 일단 예뻐야 보호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내구성을 위해 씌우는 스마트폰 케이스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위해 주문 제작하는 시대다. V10 출시 현장에서 만난 여기자들의 평 역시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이 대부분이었다.
[리뷰+] 소심한 셀카족 저격한 'LG V10'…스펙보다 눈에 띄는 '가격'
손에 잡히는 크기는 살짝 넘친다. 아이폰6를 사용하고 있는 기자가 한 손에 쥐기에 조금 버거웠기 때문이다. V10의 크기(mm)는 159.6(가로)×79.3(세로)×8.6(높이)로 G4(149.1x75.3x8.9), 아이폰6플러스(158.1x77.8x7.1)보다 크다. 손이 작은 여성들은 기자와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아쉬움을 덮을 만한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앞서 소개한 전면 듀얼 카메라 외에 세컨드 스크린, 지문 인식 기능, 동영상 촬영에 특화시킨 비디오 전문가 모드 등 다양한 스펙을 갖췄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듀얼 카메라는 셀카봉을 대신했을 뿐 혁신적이진 않다. 세컨드 스크린은 경쟁사의 잔상 속에 머물러 있다. 지문 인식 기능은 결제같은 새로운 쓰임새를 찾지 못했다.

한마디로 V10은 새로움을 담지 못했다. 현장에서 "슈퍼폰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뭐냐", "프리미엄 브랜드의 리더라는 기준이 뭐냐"라는 질문이 나온 이유다. 김종훈 LG전자 전무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G시리즈는 세단, V시리즈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라며 새로움을 강조했지만 둘은 가지치기 모델에 가까운 인상이다.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이다. 출고가 79만9700원으로 LG 프리미엄 폰 가운데 첫 70만원대이자 최저가이기 때문이다. 출시 전 '슈퍼폰', '조준호폰'으로 불리며 기대감을 키웠던 V10이다. LG의 야심작이 가격으로 주목받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