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헌법 제1조와 창조경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다. 광복 70주년을 돌이켜보며 이 조항을 다시 들여다보니 감회가 새롭다.

얼마 전 한 기록을 찾다가 발견했다. 필자가 태어난 1957년, 한국은 국가 재정의 53%를 해외 원조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필리핀이 6·25전쟁 때 한국에 파병한 국가이자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약 세 배나 더 커 부러움을 샀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은 한국이 필리핀보다 10배 이상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을.

광복 이후 일제 강점기 36년의 약 두 배의 시간이 흘렀다. 70년 중 전반 35년은 튼튼한 배를 만드는 시기였다면, 후반 35년은 그 배로 세계를 누비며 무역을 해왔다. GDP를 700배 이상 늘렸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대의 초대형 선박을 갖게 됐다.

하지만 드넓은 대양으로 나설수록 거대한 쓰나미가 예고 없이 몰아닥친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경제 위기는 마치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처럼 그 파장과 주기를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대기업들의 부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야후가 세계 1위 검색창구였던 게 불과 15년 전이다. 하지만 지금은 야후가 승승장구하던 당시 조그만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구글이 시가총액 500조원을 넘나드는 거대 회사로 성장했다.

한국 네이버도 창업한 지 이제 16년밖에 안 됐다. 하지만 회사 가치는 KT의 두 배를 넘는다. 구글과 네이버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낸 것은 아니다. ‘구글 서제스트’와 ‘지식인’이란 혁신적 플랫폼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 플랫폼은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중국도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를 필두로 정보기술(IT)업계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다.

우리도 창조경제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혁신의 속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 거대한 파도에 기꺼이 맞설 수 있도록 상상력을 혁신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금융과 교육 등을 재탄생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창조경제의 의미를 담아 재해석해 다시 적어본다. “대한민국은 혁신공화국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는 혁신에 달려 있고, 혁신은 국민의 창의적 상상력으로부터 나온다.”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