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타원형 마크' 뺀 로고도 함께 쓴다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 타원형(오벌) 마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타원 테두리가 없는 ‘SAMSUNG’이란 문자 마크가 곳곳에 선명했다.

삼성전자가 로고에서 파란색 타원형 마크를 없애고 영문자만 쓰기로 했다. 이미지를 바꾸고 로고를 마케팅에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룹 차원에서는 계속 타원형 마크를 쓰지만, 브랜드 노출이 대부분 삼성전자 마케팅을 통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로고 교체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마케팅 활동을 할 때 타원형 마크를 빼고 문자 마크만 쓰고 있다. 제품과 광고, 전시 행사, 홈페이지가 모두 포함된다.

이는 타원형 마크에 대한 그룹의 브랜드 관리규정이 까다로워 마케팅에 쓸 때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타원형 마크의 짙은 파란색은 경직된 느낌을 줘 혁신을 지향하는 정보기술(IT) 기업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문자 마크는 특정한 색이나 모양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자는 배경색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문자 자체의 색깔도 국가별 마케팅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예전처럼 ‘문자 흰색, 타원형 파란색’의 공식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만 타원형 마크를 없앤 것은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전자뿐이며, 활동도 마케팅에 국한된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다른 계열사는 타원형 마크를 계속 쓰기로 했다. 삼성 측은 그룹 차원에서 로고를 바꾸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비용만 최소 1조원이 든다는 분석에 따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38년 삼성상회를 세웠을 때 ‘별 셋’ 로고를 제작했다. 오랜 기간 이를 유지하다 1969년 삼성전자를 설립하며 빨간색 별 3개에 영문으로 ‘SAMSUNG’을 쓰도록 바꿨다.

‘별 셋’을 없앤 것은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이후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새 로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가 이번에 타원형 마크를 뺀 것은 다시 한 번 이미지를 바꿔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윤선/정지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