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특성화가 대학 'A' 'D' 등급 갈랐다
최근 발표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A등급을 받은 반면 고려대 건국대 홍익대 등의 지방캠퍼스는 D등급을 받아 명암이 엇갈렸다. 정량평가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본교와 차별화되는 자체적인 특성화 노력과 정원 및 학과 구조조정 등 개혁에 대한 의지가 등급을 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지표가 판가름해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지방캠퍼스 중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다. 반면 고려대 세종캠퍼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홍익대 세종캠퍼스 등은 D등급을 받았다. 이들 세 캠퍼스는 정원의 10%를 줄여야 한다. 또 기존 정부재정지원사업만 유지하고 신규사업 지원은 제한받는다. 신·편입생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원도 제한된다.

A등급과 D등급을 받은 캠퍼스는 객관적 수치로 파악하는 정량지표상 평가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서 평가기준이 된 정량지표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전임교원 확보율과 학생 충원율은 오히려 건국대가 한양대보다 높았고 교육비 환원율에서는 고려대가 앞섰다. 건물 확보와 취업률 등 다른 지표에서 한양대 에리카가 앞서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량평가에선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항목 중 수업관리, 학생평가, 학생 학습역량 지원, 진로 및 심리 상담 지원, 취·창업 지원, 교육수요자 만족도 관리 등 정성지표에서 판가름이 났다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량지표는 각 항목에서 전국 대학의 평균치 이상이면 만점을 줬기 때문에 사실상 정성지표에서 등급이 갈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성화, 정원감축 등 개혁 의지의 차이

교육부 관계자는 “본교와 다른 지방 캠퍼스만의 특색을 살린 특성화 노력, 산학협력, 정원 감축 노력 등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A~C등급을 제외하고 하위 대학만 모아 진행한 2단계 평가에서도 D등급을 받은 캠퍼스는 각 평가항목에서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2단계 평가지표는 중장기 발전계획, 정원 조정의 연계성, 교육과정 및 강의 개선, 특성화 계획 및 성과 등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캠퍼스는 본교와 다른 모델의 학교가 돼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D등급을 받은 캠퍼스들은 본교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본교에 대한 의존도도 커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에리카는 본교와 행·재정이 100% 분리돼 있고 국책연구기관과 대기업 연구소를 유치하는 등 산학협력에 특화된 학교로 발전전략을 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산학협력을 진행 중인 가족회사가 1589곳에 달할 정도다. 원호식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기획처장은 “학생들을 위한 창업 및 취업 지원을 충실히 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D등급을 받은 캠퍼스들은 특성화나 대학 개혁 의지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캠퍼스 관계자는 “특성화 계획과 중장기 발전계획 등을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다른 캠퍼스 관계자도 “정원 조정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