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왼손 경례', 마오쩌둥 손자 참석 등 화제에 올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중국의 항일승전 70주년 열병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큰 화제가 됐지만 중국 당국은 최고 지도층을 언급한 풍자성 포스팅에 가차없는 '칼날'을 들이댔다.

4일 영국 BBC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열병식이 열린 전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 SNS와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유명한 아기곰 캐릭터 '곰돌이 푸' 인형이 장난감 자동차에 앉아있는 사진이 나돌았다.

사진에는 아무 설명도 달리지 않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자국산 훙치(紅旗) 리무진을 타고 군인들을 사열한 모습을 빗댄 유머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시진핑 주석의 별명 중 하나가 '곰돌이 푸'이기 때문이다.

2013년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그가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은 곰돌이 푸와 그 친구인 호랑이 캐릭터 '티거'가 함께 걷는 모습과 비슷하다며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자동차를 탄 곰돌이 푸 사진은 웨이보에서 6만5천차례나 공유되며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지 않아 곧 사라졌다.

열병식 도중 다소 지친 듯한 시진핑 주석의 표정도 누리꾼들 농담 소재로 올랐으나 당국의 그물에 걸렸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열병식 도중 중계 카메라에 잡힌 시 주석의 모습에 '너무 피곤해'라는 자막을 입혔고 또다른 이용자는 '너~무 더워 죽을 것 같아'라는 문구를 곁들였으나 이들 사진 모두 오래지 않아 삭제됐다.

이밖에 최근 사망설과 부패 연루설에 휩싸였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오늘 제일 큰 뉴스네"라고 언급한 SNS글과 장쩌민 주석과 닮은 개구리 사진을 병치한 포스팅 등도 검열을 피하지 못했다.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서는 열병식에서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입은것과 유사한 붉은색 드레스를 판매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그러나 정작 '펑리위안 스타일 드레스' '위안위안(펑여사의 별명) 스타일 드레스', '항일승전 70주년 열병식 펑리위안 드레스' 등을 입력하면 검색이 되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검열 대상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이 사열 도중 왼손으로 경례하는 듯한 모습도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다.

누리꾼들이 '시 주석이 왼손잡이라서 실수했다', '민간인은 원래 왼손으로 경례하는 건가?' 등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갑론을박을 벌이자 당국은 인민일보를 통해 "시 주석이 손을 들어 화답하는 모습이 경례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밖에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의 손자인 마오신위(毛新宇) 인민해방군 소장이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온 아들 니콜라이(11),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이 2011년 여자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하는 모습을 열병식 중계를 보는 것처럼 바꾼 사진 등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