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갤럭시S6 7700만대·쏘나타 7800만대 어디로
불과 2년 반 만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6(출고가 85만8000원 기준) 7794만여대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탓에 수출 대장주(株)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급락해 31개월 만에 시총 66조8700억원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출 대표주인 현대차의 경우 40개월 만에 시총 약 25조6620억원이 쪼그라들었다. 이는 2016년식 쏘나타 기준으로 7870만대(3100만원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성장 동력(모멘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정보기술(IT), 자동차 제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IT와 자동차 업종에 대한 기업 가치와 주가를 따졌을 때 투자 비중을 조금씩 확대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4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013년 1월2일(157만6000원) 역대 최고점을 찍은 뒤 전날 112만2000원(종가)을 기록,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났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32조1437억원에서 165조269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의 상황은 더 나쁘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0%에 육박했던 2012년 4월30일(26만8500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전날(15만2000원)까지 43%가량 빠졌다. 그나마 지난 7월 기록했던 연중최저점(12만3000원) 이후 10%가량 회복한 수준이다. 시총은 59조1442억원에서 33조4820억원으로 줄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지난해 1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순이익이 역성장했고, 주가 역시 이익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배경은 IT와 자동차 업황 부진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또 다른 IT와 자동차 종목인 SK하이닉스(시총 4위)와 기아차(8위)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고점(5만12000원) 대비 30.86%, 기아차는 41.05% 떨어졌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IT·모바일(IM)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조800억원으로 종전 예상치를 12% 밑돌고, 반도체 사업부문은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D램 가격 하락폭이 당초 예상보다 큰 탓에 영업이익은 3조4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성장세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현 주가 수준은 저평가 구간이라는 분석이다. 두 회사의 가치 대비 주가(밸류에이션)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중장기적인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모두 업황 부진과 경쟁 심화 등 주변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주가 측면에서 과도할 정도로 반영돼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은 8~11배 수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 미만으로 청산가치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