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의 룽칭물류 인수는 ‘매출 25조원의 글로벌 5대 물류회사 도약’이라는 회사 미래 청사진을 향해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더욱이 냉동 분야에서 중국 최대 물류회사인 만큼 세계 최대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 이상 안방 최강에 머물 수 없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미국 UTI월드와이드와 2014년 싱가포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 실패한 이후 이번에 세 번째 도전해 대형 인수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4월 중국의 또 다른 물류업체인 스마트카고 지분 51%를 인수했지만 인수가격이 8900만달러에 불과한 소형사여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웠다. 인수가격이 5000억원을 넘는 룽칭물류는 지금까지 한국 기업이 사들인 중국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2010년 롯데쇼핑이 7300억원에 중국 슈퍼마켓 체인인 타임스를 인수한 것이 최고가다.

CJ대한통운이 룽칭물류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한 것은 해외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규모와 네트워크 측면에서 대형 경쟁사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년 말 대한통운 매출은 4조5601억원으로 DHL(666억달러·약 79조원)과 페덱스(475억달러·약 57조원) 등 세계 최대 물류업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교역 확대와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발달로 국제 물류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안방 최강’ 타이틀만으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있었다는 게 CJ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대형 사모펀드(PEF)가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일본 긴테쓰상사가 APL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데서도 보듯이 해외 물류거점을 확보하려는 경쟁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그룹 차원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서도 CJ대한통운이 룽칭물류 인수에 끝까지 매달린 이유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극대화

룽칭물류 인수로 CJ대한통운은 세계 물류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4263억달러였던 시장 규모가 2018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팽창은 택배와 운송 등 물류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룽칭물류가 보유한 우량 고객군도 CJ대한통운이 눈독을 들인 이유로 알려졌다. 수천개의 물류회사가 난립한 중국 물류시장에서 룽칭물류는 가장 먼저 ‘냉동 및 화학약품 전문 물류회사’란 브랜드화에 성공한 회사로 꼽힌다. 기존 중국 물류회사들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위생관리와 고객서비스 등을 보완한 결과 다우케미컬과 맥도날드 하겐다즈 등 다국적 기업들을 고객군으로 두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룽칭물류를 인수함에 따라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네트워크와 자체 진출만으론 좀처럼 모으기 힘든 우량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육상운송과 물류보관 국제물류에 강점이 있는 CJ대한통운과 달리 룽칭물류의 주요 사업은 냉동냉장과 화학약품 운송이어서 중복되는 사업군이 없는 점도 인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