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安城)의 재발견…기업도시로 거듭난다
경기 안성시가 자동차산업 등의 물류 허브로 뜨고 있다. 롯데렌탈은 작년 3월 중고차 경매장을 이곳에 냈다. 작년 6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 최대 부품물류센터(1만7800㎡)를 열었다. BMW코리아와 AJ렌터카도 부품물류센터를 새로 열 계획이다.

안성엔 경부, 중부, 평택~제천고속도로 등 3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접근성이 뛰어나 물류센터로는 제격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황은성 안성시장과 공무원들의 노력이다.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이들의 자세가 안성을 새로운 물류중심지로 도약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황은성 시장, 300억 이상 투자 15건 유치

2010년 6월 당선된 황 시장은 취임 직후 ‘대기업투자유치팀’을 새로 꾸렸다. 사무실은 시장실 바로 옆에 뒀다. 투자를 유치할 때는 황 시장이 직접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았다.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업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2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기업(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업종은 100억원)에는 부지 매입비와 시설 투자비를 최대 20억원씩 지원한다. 신규 채용이 200명이 넘는 기업은 직원 1인당 월 60만원씩, 최대 2억원까지 고용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황 시장과 대기업투자유치팀은 매년 100개 이상 업체와 투자 유치를 위해 미팅을 했다. 결실은 차츰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락앤락과 KCC의 대규모 투자다.

공장 신청 4개월 만에 인허가 완료

2010년 8월께 락앤락이 새 공장 부지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안성시 대기업투자유치팀은 곧바로 미팅을 하고 한 개발업체가 갖고 있던 원곡면 산업단지 개발권을 락앤락에 양도하도록 주선했다. 그해 12월27일 락앤락이 산업단지 신청서를 제출하자 4개월 만에 산업단지 승인을 내줬다.

황선민 안성시 대기업투자유치팀장은 “경기도에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환경청 허가를 받는 데만 2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시장과 산업경제국장 등이 매일같이 찾아가 공장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설명한 끝에 넉 달 만에 모든 인허가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락앤락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자 다른 대기업들도 속속 입주했다. 황 시장과 공무원들이 연간 6만t 규모의 산업용수 문제를 한국전력과 한국수자원공사 등을 찾아다니며 해결한 결과 KCC는 2조원을 투자해 3000명을 고용하는 LED·태양전지 기판 공장을 지었다.

황 시장 취임 이후 300억원 이상인 투자만 15건을 유치했다. 총 투자 규모 3조2000억여원, 고용 인원은 1만명을 넘는다.

지역 개발 소외…송전선 반대 시위도

안성은 ‘안성맞춤’의 어원이 된 유기그릇의 본고장이다. 조선 후기까지 대구·전주와 함께 전국 3대 시장으로 꼽히던 상공업 중심지였다. 하지만 1962년 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서 제외되고 국도 1호선도 비껴가면서 국가 경제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화성(삼성전자·기아자동차), 용인(삼성전자), 이천(SK하이닉스) 등 인근 도시들에 대기업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본 안성시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왔다. 일부 시민들은 지난 7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건설 중)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서안성~고덕) 설치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안성시 곳곳에선 활기가 느껴진다. 자동차 기업들의 물류단지 입주가 활발하다. BMW코리아는 경부고속도로 서안성IC 인근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수입차업체 최대 규모(8만㎡)의 부품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AJ렌터카는 중고차 경매장, 렌터카 물류센터 등을 포함해 자동차 3000대를 소화할 수 있는 물류단지 건설을 계획 중이다.

안성=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