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라벤처스의 카를로 제이콥스 매니징 파트너(왼쪽)과 알리나 그라츠너 매니징 파트너.
아보라벤처스의 카를로 제이콥스 매니징 파트너(왼쪽)과 알리나 그라츠너 매니징 파트너.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세계를 잇는 ‘다리’를 자처한 이들이 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아포라벤처스가 주인공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도와 ‘넥스트 유니콘’을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유니콘 클럽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말한다.

아포라벤처스는 올해 초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이들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도 지사를 거느리고 있다. 카를로 제이콥스와 알리나 그라츠너 아포라벤처스 매니징 파트너를 만나 한국에 주목한 이유를 들어봤다.

2009년 한국에 온 제이콥스 매니징 파트너는 최근 나타나는 변화에 주목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소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기술력 외에 문화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갖고 해외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문화적인 기반이 중요합니다. 현지에 맞게 적응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때문이죠. 5~6년 전만 해도 하나의 정체성을 중요시하고 상급자의 지시만 따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변화의 요인으로는 해외 경험을 꼽았다. 해외에서 스타트업 경력을 쌓고 한국으로 복귀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 각국에서 배운 장점을 따라가던 것에서 나아가 혁신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정부의 지원과 만나면서 새로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중이다. 아포라벤처스도 정부기관인 창업진흥원과 함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것을 정부도 깨달았어요.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이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고요.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포라벤처스의 한국 첫 프로젝트는 ‘액셀러레이트 코리아-베를린’이다. 유럽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스타트업과 아포라벤처스의 인맥을 이어주는 주선자 역할을 맡았다.

“한국 스타트업은 미국 실리콘밸리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에도 엄청난 기회가 있는데 말이죠. 특히 독일 베를린은 유럽 스타트업의 허브예요. 이미 국가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잘 갖춰졌기 때문에 여러 시장을 공략하기 좋은 곳입니다.”

아포라벤처스는 우선 5개의 스타트업을 뽑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의 장단점을 분석해 독일 현지에서 필요한 대상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투자자뿐 아니라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그 대상이다.

“다양한 조건을 봤지만 적응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특히 개방적인 유럽 문화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평가했죠.”

향후 유럽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도 도울 예정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 한국에 관심을 갖는 해외 스타트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