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얼떨결에 대주주 된 어느 납세자의 항변 "6촌 주식까지 합해 양도세 내라니…"
예기치 않은 연락은 달갑지 않은 소식일 때가 많다. 2014년 7월 강남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 세무서는 내가 세금 13억6000여만원을 덜 냈다고 알려왔다. 지금껏 성실 납세자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전산착오이겠거니 했다.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세무당국의 시정요구서를 찬찬히 읽어봤다. 세무당국은 내가 소득세법상 S사의 대주주에 해당한다고 했다. 소득세법에 대주주는 해당 주식을 팔 때 매매대금의 2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S사 주식을 팔면서 양도세를 내지 않았으니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언제부터 내가 S사의 대주주가 된 걸까. 변호사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의뢰인은 소득세법상으론 대주주가 맞습니다. 2009년 당시 소득세법 94조와 시행령 157조는 법인의 주식 또는 출자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주식 양도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당시 소유한 법인 주식 등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대주주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 법인은 지분율 3% 이상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 코스닥 법인은 지분율 5% 이상 또는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이 대상이지요.”

변호사에게 물었다. “내가 갖고 있던 S사 주식의 시가총액이 100억원 미만인데 어떻게 대주주란 말입니까.”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모두 합산하기 때문입니다.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친생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친양자 입양된 자 및 그 배우자·직계비속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대상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두 동생이 보유한 S사 주식까지 모두 합산하면 100억원이 넘는다는 말이지요.”

미국에 이민 간 동생들과는 서로 떨어져 산 지 오래됐다. 더군다나 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관계다. 동생이 어떤 주식을 사고파는지 나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법원의 판단은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남모씨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지난 7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장주식을 이용한 변칙증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식 등을 양도하는 주주 1인뿐 아니라 친족관계에 있는 자의 주식 등을 일체로 평가해 과세할 필요가 있고, 과세 대상이 될 정도의 상장주식을 소유한 주주로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자신이 대주주에 해당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정당하게 규정된 것”이라며 남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대주주의 요건을 확대했다. 유가증권시장은 지분율 1% 이상 또는 시총 25억원 이상, 코스닥은 지분율 2% 이상이거나 시총 20억원 이상을 보유하면 대주주가 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