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국 대학생 부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을 갚은 건 졸업 후 13년이 지난 2004년이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와 연방의원 등을 지내기도 했지만 10년 이상 채무자 신세였다. 그만큼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미국 대학들은 학비가 엄청 높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학비는 한 학기에 수만달러에 이른다. 그래도 미국 부모들은 웬만하면 아이비리그로 보내려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대졸자들의 취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대개의 부모들이 학비를 책임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결국 학자금 융자를 받는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학자금 융자는 3배나 늘어났다. 올 1분기 기준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모기지 대출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신용대출이 일어나고 있다. 채무자도 약 430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7%가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유명 사립대 학생의 65%가 대출을 이용하고 있고 1인당 부채금액이 평균 2만8000달러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대학 졸업자들이 갈수록 줄고, 대학에서 중퇴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주택대출과 신용카드 대출은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경향이지만 학자금 대출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자금 대출이 창업을 줄이고 일자리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은 2010~2012년에 학생들의 부채가 2.7% 올라가면 평균 고용은 17%나 떨어졌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학생들의 부채가 높아지면 신용도가 떨어져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창업 수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창업 수가 줄면 그만큼 일자리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1996년 20~34세의 젊은 창업가의 비율이 전체 창업에서 35%였지만 2013년에는 23%로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다시 학자금 대출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대학 학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40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버니 샌더스 후보는 모든 주립대의 등록금을 아예 없애겠다고 한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젊은이의 일자리가 늘어나서 대출을 갚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우선이다. 여러모로 고용 창출이 중요하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