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좋은 일자리, 착한 기업, 똑똑한 세제
요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일자리 창출이다. 보수가 높고 전망이 좋으며 청년층의 관심사와도 맞아떨어지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게 시대적 과제다. 자동차산업이 그런 일자리의 보고로 꼽힌다. 최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 중 하나로 자동차 회사가 꼽힌다. 자동차산업의 일자리 전망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다. 그런 자동차 회사들이 고맙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정말 착한 기업이다.

완성차 공장 한 곳에서 평균 40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완성차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천 개의 부품공장까지 생각하면 자동차산업은 그야말로 일자리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세계 각국이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과 공장 건설을 위한 유·무형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까닭이다.

자동차 공장 유치를 위한 해외 각국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 생산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특히 토종 완성차 업체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와 비교할 때 국내 생산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 반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임금상승 등에 따라 국내 생산비가 치솟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다. 국내 자동차 생산이 이렇게 계속 유지되거나 더 증대되도록 지원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동차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이 있다. 자동차세제다.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은 가격에 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품이 비싸면 세금은 더 많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동차세는 자동차 가격에 비례하지 않는다. 세금 부과 기준이 가격이 아닌 배기량이기 때문이다. 50년째 그렇게 하고 있다.

예전에는 배기량이 큰 자동차가 배기량이 작은 차량보다 비쌌다. 그래서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도 문제가 없었다. 배기량이 자동차 가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배기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대는 지났고 브랜드에 따라 차량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시대가 됐다. 예를 들어 특정 모델은 배기량은 거의 같은데도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 그러나 자동차세에는 차이가 없다. 배기량이 비슷해서다. 자동차세제가 국산차보다 수입차에 특혜를 주고 있는 셈이다. 요즘처럼 ‘고용절벽’이 사회문제시되는 시절에는 세제도 국내 고용창출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자동차세만큼은 되레 외국의 고용창출을 돕겠다는 것 같다. 이런 불합리한 세제를 하루빨리 고쳐야 조세정의도 바로 선다.

얼마 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기업의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이 정말 착한 기업이며 고마운 기업이다. 미국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본 도요타는 자사가 얼마나 미국적인 기업인가를 강조한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도요타는 미국에서 여섯 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좋은 직장을 주니 미국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공장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직원 교육시설, 전력시설까지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미국으로 제조공장들이 회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물론 상품이 생산된 장소에 따라 세금을 차별화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다만 자동차세제가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불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에서 더 많이 생산하고 판매될 수 있도록, 그래서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도록 세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착한 기업을 만들려면 똑똑한 세제가 선행돼야 한다. 국회가 일자리 창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