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삼성SDI가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내외장재를 전시했다. <한경DB>
지난 1월 삼성SDI가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내외장재를 전시했다. <한경DB>
[ 김민성 기자 ] 28일 삼성이 그룹 내 화학 사업 구조를 다시 재편했다. 삼성정밀화학삼성SDI에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2차 전지 관련 사업을 떼어주고, 삼성SDI는 보유 중인 삼성BP화학 지분을 삼성정밀화학에 넘기는 식이다.

미래가 유망한 2차 전지사업을 전자계열인 삼성SDI로 몰아 시너지를 높이는 대신, 그룹 내 특수화학 분야 지배력은 삼성정밀화학에 집중시키는 전략이다.

이로써 삼성SDI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19.58%)는 그룹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2차 전지 사업 역량을 전자 계열 산하로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지난해 7월 옛 제일모직 소재 부문과 통합된 이후 기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의 경쟁력을 자동차용 경량화·기능성 소재 분야로 확대하며 자동차 분야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도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기술력을 결합한 첨단 전장부품(VC) 역량을 키우고 있어 삼성 전자계열 내 시너지가 커질 전망이다.

통합 삼성물산 합병 성공 이후 소강상태였던 그룹 사업 구조조정이 재개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날 삼성정밀화학은 삼성SDI의 삼성BP화학 지분 29.2%를 819억원에 전량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정밀화학이 보유한 삼성BP화학 지분은 19.8%에서 49%로 확대됐다.

이로써 삼성정밀화학은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화학 산업 계열사로 부상했다. 그룹 내 대표적 화학계열이던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뒤 위상이 낮아졌던 화학 분야 사업을 삼성정밀화학으로 일원화하는 전략이다. 삼성BP화학이 보유한 핵심 중간체 기술 등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사업 확대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서초본관 전경 <한경DB>
삼성전자 서초본관 전경 <한경DB>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정밀화학 분야의 기반기술을 강화하고 사업부문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BP화학 지분을 확대하게 됐다"면서 "삼성BP화학의 핵심 중간체 활용을 통한 고부가 정밀화학 분야의 추가적인 사업 확대로 외형 성장은 물론 수익성 제고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신 삼성SDI는 삼성정밀화학의 전지 소재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 2차 전지 등 소재 역량 강화를 꾀한다는 이유에서다. 양수가액은 97억6200만원, 양수 일자는 다음달 16일이다. 삼성정밀화학의 경기도 수원 전자소재연구단지 건물 등 자산은 그룹 전자계열 중추회사인 삼성전자가 958억원에 인수한다.

삼성SDI는 합작사 STM 지분 58%도 187억원에 함께 인수, 2차 전지 사업의 토대를 더욱 다진다는 복안이다. 앞서 삼성정밀화학은 2011년 일본 토다공업과 합작회사 STM을 설립,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활물질을 생산해왔다. 2차전지 핵심 소재는 양극활물질, 음극활물질, 분리막, 전해질 등 네 가지다. 이 중 플러스 소재인 양극활물질이 어떤 소재로 만들어지냐에 따라 전지의 성능이 크게 좌우된다.

한 전지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양극활물질 개발 부문을 인수하면서 2차 전지 분야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