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경기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위안화 기준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하고, 금리와 지급준비율도 내렸다. 중국 베이징 금융가에 있는 인민은행 건물 앞을 한 노동자가 수레를 밀며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EPA연합
증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경기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위안화 기준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하고, 금리와 지급준비율도 내렸다. 중국 베이징 금융가에 있는 인민은행 건물 앞을 한 노동자가 수레를 밀며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EPA연합
지난 1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평가절하한 이후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2% 가까이 떨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6월12일 고점(5178.19) 대비 43.5% 폭락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성장 목표치인 7.0%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 현상은 가뜩이나 저성장으로 휘청이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보니 수출과 내수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원천기술 확보로 제품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중국 리스크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중간재 수출로는 한계…"중국 기업 지분 투자해 내수시장 공략을"
○중국 경기둔화는 장기적 현상

중국 경제는 2010년 10.4% 성장을 정점으로 4년 연속 성장률이 둔화했다. 올해도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한 7.0%보다 낮은 6.5~6.8%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6.0%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는 전체 수출의 25.4%(2014년 기준)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이미 0.4%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1~7월)도 2.8%나 줄었다. 특히 중국이 중간재 수입 대체를 정부 정책으로 꾸준히 추진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기계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고전하고 있다.

한국, 중간재 수출로는 한계…"중국 기업 지분 투자해 내수시장 공략을"
전문가들은 대중국 수출의 절반이 넘는 중간재 수출을 통한 가공무역 모델은 이미 한계에 달한 만큼 소비재와 서비스 위주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동안 한국 기업들이 내수시장을 더 일찍 공략하지 못한 게 큰 문제였다”며 “지금이라도 중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경쟁력있는 소비재, 서비스 산업 등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더 큰 타격

단기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는 위안화 평가절하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품 가격 상승효과로 중국 수출이 어려워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경쟁력도 떨어진다. 중국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중국인 관광객 등이 줄어 한국 내수시장마저 어려워진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5일 “위안화 평가절하가 계속될 이유가 없다”며 “위안화 가치는 지금 합리적인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역외위안화 선물시장에서는 1년물이 시세보다 4% 이상 떨어진 달러당 6.7위안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가치를 사실상 달러화에 연동해온 중국이 시장환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환율시스템을 바꾼 만큼 위안화 가치는 예상보다 더 많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위안화 환율이 원화에 대해 5% 평가절하되면 한국 수출은 3%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 수출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 제품은 선진국 시장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한국 제품과 경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1994년 1월1일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와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중국은 정부가 통제하던 ‘공정환율’과 ‘시장환율’을 일원화하면서 달러당 5.8위안이던 공정환율을 8.7위안으로 평가절하했다. 이 조치로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제고되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적자가 급증했다.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초래됐다.

지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당시에 비해 훨씬 견고한 데다 중국 역시 위기라고 할 정도로 경제가 악화된 상황이 아니다”며 “다만 중국 경제가 계속 둔화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원천기술 확보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유화 한국예탁결제원 객원연구원은 “최근 한국 기업과 자본 또는 기술 제휴를 원하는 중국의 내실있는 기업이 많아졌다”며 “주가가 많이 싸진 만큼 이들 기업에 투자해 중국 내수시장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