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상승세로 돌아섰나 … 일본경제 전망은
[최인한의 일본 바로 보기] 엔화 강세로 돌아섰나 … 일본경제 전망은
한달 전 2년 만기 적금 1300만 원을 엔화 예금으로 바꿨다. 아들이 군복무하는 기간 복학용 등록금으로 모은 돈이다. 정기예금으로 두려다가 아무래도 엔화가 오를 것 같아 엔화 예금으로 돌렸다.

당시 원엔 매매기준율은 100엔 당 935원. 8월27일 현재 991원까지 엔화가치가 올랐다. 엔화 투기 목적은 아니었지만, 어째든 외환 투자로 한달 만에 원금이 60만 원 가량 불었다. 한달 만에 꽤 높은 수익률이다.

8월 하순 중국 경제 불안과 남북 긴장 고조 여파 등으로 증시와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엔화는 지난 2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하룻 동안 달러당 4엔 가량 널뛰기를 했다. 8월 중순만 해도 달러당 124엔 선에서 27일 현재 120엔 대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속에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 가치는 달러는 물론 원화에 대해서도 강세다.

엔화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까. 금융 전문가는 물론 귀신도 맞추기 어렵다는 게 환율 전망이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결정되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통화의 시장 가치에다 각국의 인위적인 통화정책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론 일본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지,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이 유지될지에 따라 엔화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다.

일본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일본은행(중앙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27일 미국 뉴욕에서 일본경제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강연을 했다. 구로다 총재는 2014년도 일본경제 실적에 대해 “소비세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경제 실적이 훌륭하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소비자 물가가 전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고 지적한 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또 “일본 기업들의 수익이 사상 최고이고, 임금도 20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르고 있다” 며 “디플레(물가 하락) 탈출을 위한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는 엔화 가치와 관련, “과도한 엔고(엔화 강세)가 시정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수출 개선 움직임도 뚜렷하다”고 밝혔다. 또 최근 일본의 수출과 생산 둔화에 대해선 “올 상반기 미국 경제가 부진했고 최근 아시아 경제 불안도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계 수주 및 건축 착공 등의 경기선행지표도 설비투자 증가를 시사하고 있다”며 향후 일본 경제를 낙관했다.

일본 엔화는 오를까, 내릴까. 판단은 역시 개인 몫이다.

최인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한경닷컴 뉴스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