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불안한 곳은 SK컴즈보다 SK플래닛이 아닐까요."
"커머스 등 핵심 사업을 다 갖고 있는 SK플래닛을 정리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운명의 날'을 목전에 둔 SK컴즈의 앞날이 여전히 안개속이다. 한 달 안에 매각 여부를 결정지어야 하지만 SK컴즈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조차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운명의 날' 다가온 SK컴즈…매각 방향 여전히 '안개속'

지난 21일 SK컴즈는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추진설에 대한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과 SK컴즈의 지속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한 달 전인 지난 7월22일에 내놓은 답변과 같은 내용이다.

최대주주인 SK플래닛은 내달 말까지 보유중인 SK컴즈의 지분 64.5%을 전량 매각하거나 100%로 지분을 늘려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SK)의 손자회사(SK플래닛)는 증손회사(SK컴즈)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SK컴즈의 매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 이후 경영 복귀를 서두르면서 지분 변동 이슈도 조만간 수면 위에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나 내주에 결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최 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본격적으로 점검하면서 자회사인 SK텔레콤 이슈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에선 SK컴즈의 매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장기간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데다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컴즈는 지난 2분기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메라'가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수익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텔레콤이 SK컴즈를 정리하고 SK플래닛을 상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싸이월드를 분사시킨 후 포털 사업이 잘 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SK컴즈를 가져갈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이 SK컴즈를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인력을 유지하고 있는 SK컴즈를 살리는 대신 SK플래닛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이 때문에 SK플래닛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SK플래닛 역시 수익이 쪼그라들고 있는데다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가 연계되는 플랫폼 사업을 차세대 성장 전략 중 하나로 내세운 바 있다. 이동통신 산업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커머스 영역은 11번가, OK캐시백 등을 앞세운 SK플래닛의 핵심 사업 부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측은 "최근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 확대를 위해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SK텔레콤이 적극 확대하고 있는 사업은 IoT(사물인터넷) 플랫폼 부문이라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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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