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FC'가 보여준 성공원칙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 국가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선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돼 뛰어난 기량으로 언론에 주목을 받는 선수들도 여러 명 있었다.

하지만 축구에 인생을 걸었다가 포기한 선수도 많다. 현실은 가혹하다.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이들에게 최근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나타났다. 꿈에 도전하는 축구선수를 주제로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이라는 프로그램이 제작돼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 등이 어려운 사정의 후배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기업 리더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세 가지 성공 원칙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 원칙은 능력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춘 FC는 500여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공개 경기를 진행해 벨기에 전지훈련에 합류할 20여명을 뽑았다. 주목할 점은 합격자가 개인 능력 순으로 뽑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축구경기는 팀별 경쟁이고, 축구장 위에 있는 11명 선수마다 맡는 역할이 있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그 포지션에 적당한 선수가 없으면 뽑힐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도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경쟁자가 많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아직은 허술한 제품이지만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이 없다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주변 환경 등 다른 요인에 따라 기업의 성공 가능성은 크게 달라진다.

두 번째 원칙은 너무 빨리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한 선수는 너무 의욕적으로 나서다가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그는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바로 훈련에 나서고 싶어 했다. 안정환 감독은 훈련에 참가하지 말고 개인 운동을 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합숙훈련 기간 훈련에 참가할 수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기회가 없던 그는 탈락을 직감하고 착잡한 모습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안 감독이 아직 테스트를 못해 합격 여부를 결정할 수 없으므로 벨기에 전지훈련에 그를 데려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조급한 마음에 바로 훈련에 임했다면 부상이 악화해 탈락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

기업의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는데 1년 동안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사람들은 MP3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애플의 아이팟을 꼽는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이 아이팟보다도 5년 이상 먼저 사업을 추진하다가 접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업의 빠른 실망이 가능성이 큰 시장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작은 성공에 도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청춘 FC의 합격자들이 벨기에에 도착했을 때 안 감독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다. 본격적인 훈련에 나서야 하는데 선수들이 이미 프로선수로 성공한 것 같은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는 기쁨에 들떴다. 안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결국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경기하기 전까지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기업의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경쟁자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빨리 임원이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만심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벤처기업들이 너무 빨리 성공을 확신하다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벤처기업은 남다른 아이디어나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작하게 돼 이른 시점에 큰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 보이는 성과가 오랫동안 지속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전자상거래 초창기에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어깨를 견주던 수많은 기업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작은 성공에 빠져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