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정부 신뢰도가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을 포함한 조사대상 41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인 26위다. 정부 신뢰도는 34%로 OECD 평균 41.8%보다 한참 낮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불과 27%만이 신뢰한다고 답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신뢰도가 이처럼 낮게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 조사대상 42개국 중 밑에서 네 번째다. 한국 다음은 정정이 불안하고 마약범죄가 기승인 콜롬비아(26%), 내전상태인 우크라이나(12%) 정도다. OECD 회원국으로 보면 칠레(19%) 다음으로 최악이다. 2007년도의 같은 조사와 비교해 보면, 행정부의 신뢰도는 그나마 10%포인트 올라갔으나 사법제도는 2%포인트 떨어져 거꾸로 가고 있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속된 말로 갈 데까지 갔다고 봐야 할 상황이다.

우리 사법제도가 최악의 불신지경에 처한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돌아볼 때 법조계 내부의 전관예우라는 수십년 적폐의 범죄적 악습을 빼고는 그 어떤 반성도 공허해진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소송 서류에 한 번 찍는 도장값으로 수천만원을 받는다. 핵심요직만 거치면 검사 역시 ‘소송시장’에서 전관 예우를 톡톡히 받는다. 대법원이 최근에서야 겨우 성공보수약정은 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놨지만 이번에는 사적 자치 운운하며 변호사들이 들고일어난다. 사법개혁의 하나로 로스쿨을 도입해 다양한 경력의 법조인들을 많이 길러내기로 했으나 갑자기 ‘사시 존치론’을 들고나와 개혁을 후퇴시키고 법조를 신분화하려는 것도 우리 법조계다.

사법제도의 불신은 법의 권위를 훼손시킨다. 법치주의가 흔들리면 국가발전이 모두 헛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법조인들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법부가 OECD 조사 방식을 탓한다거나 외면해서도 안 된다. 법조인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전관예우는 범죄 행위다.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