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정이 복지분야뿐 아니라 연구개발비, 보상금 등 다양한 형태로 줄줄 새고 있지만 재정 누수 실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청구액을 환수할 수 있는 법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각 사회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재정 누수 실태를 조사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보육원 원장은 시설에 다니지도 않는 아동을 허위로 등록해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받아냈다. 진료 횟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6000여만원을 가로챈 요양병원도 적발됐다.

한 기업은 수도권에 있는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건물면적과 신용평가 등급을 부풀려 국비와 지방비 수십억원을 가로챘다. 운수·제조업체 대표들이 정년 규정을 조작해 정년연장 지원금 등 약 20억원을 받아 챙긴 사례도 있다. 쌀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짓는 것으로 속여 직불금을 받아내거나 구제역 살처분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23억원의 보상금을 받아 내기도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재정 누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도 각 기관에서 적발한 개별 사례만 있을 뿐 전체적인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다”며 “공공재정 누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단일한 법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공공재정 부정청구 등 방지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부정청구 금액에 더해 최대 5배까지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