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전 돈 당겨쓰자" … 기업들, 올해 2조달러 조달 '사상 최대'
이르면 내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자금시장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리가 오르기 전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을 늘리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올 7월까지 주식·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우려해 신흥시장에서 자금 유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20년 만에 자금조달 최대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7월 기업들이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조9600억달러(약 230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이 조사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증자나 기업공개(IPO) 등 주식시장을 통한 조달액이 약 5600억달러로 최대였고, 채권 발행도 1조4000억달러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8400억달러로 이 같은 분위기를 주도했다. 제럴드 키프 씨티은행 법인금융부문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M&A를 위한 자금조달이나 재무구조 강화를 위한 주식 발행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케이블업체 차터커뮤니케이션스는 동종업체인 타임워너케이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155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도 M&A를 위한 채권 발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M&A를 위한 기업의 회사채 발행금액은 29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늘었다. 성장성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M&A에 적극 뛰어든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에서 이뤄진 M&A 규모는 9877억달러로 1980년 이후 최대였다.

◆미 금리 인상 대비 신흥국서 자금 이탈도

미국 금융시장은 9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기업들이 싼값에 자금을 구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날 데니스 록하트 미국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 경제가 내달 기준금리 인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으려면 경제지표가 상당히 나빠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지난달 31일 “모든 여건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내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금융시장은 달러 강세와 채권금리 상승(가격 하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이날 3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인 98.1까지 올랐다. 유로화 대비 환율도 유로당 1.08달러로 낮아졌고, 엔·달러 환율도 달러당 124.3엔까지 올랐다. 미 국채금리도 이날 록하트 총재의 발언 영향으로 10년물이 연 2.22%, 30년물은 연 2.91%로 상승했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신흥시장에서는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금융정보제공업체 EPFR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지난달 23일부터 1주일간 44억9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3주 연속 순유출로, 3주간 순유출 규모는 144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도 지난 한 주간 3억9000만달러가 이탈해 한 주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반면 선진국 주식펀드에는 46억6000만달러가 순유입되는 등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선진국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뉴욕=이심기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