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일은 인간 존엄을 지키는 길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우리 민족사의 일관된 특성이다. 국가적 위난(危難)의 시기마다 나라를 지킨 것은 민초들의 단결된 힘이었다는 사실이다.

몽골군이 침략하자 왕과 조정은 강화도로 도망갔다. 임진왜란 때 선조는 의주로 피란했고 병자호란 때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싸움다운 싸움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청나라에 항복했다. 그런 수난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살아남은 것은 민초들의 단합과 희생 덕분이었다. 국권상실의 시기에는 어떠했는가. 민초들은 구국(救國)을 위해 분연히 궐기했다. 나라가 일제의 식민지가 된 지 10년째인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이 그것이다. 1945년 광복의 날을 맞을 때까지 선열들은 만주 벌판 등 이국땅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을 감내했고, 죽음을 무릅써야 했다.

그럼 분단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통일이야말로 우리 세대의 역사적 소명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런데 통일에 대한 민초들의 의식은 날로 냉담해져 가고 있다. 그 이유는 통일에 대한 접근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합을 이끈 링컨은 “노예제도가 악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악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전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노예제라는 악과의 타협은 거부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그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의 북한체제와 정권이 악이 아니라면 세상에 무엇이 악인가. 그렇게 따져 물으면 과연 통일이 가능하겠느냐고 힐문(詰問)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일은 악과의 타협이 아니라 정의와 선, 도덕성을 무기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다. 우리는 인류사에서 가장 비도덕적인 분단에 대해 도덕적 힘에 의한 해결방안을 도외시했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햇볕정책은 북한이 스스로 변화의 길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는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한 북한 동포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라는 절대적 명제가 잊혀졌다. 통일은 국민 개개인의 양심에서 그 이유와 목표를 찾아야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불의와 악, 비도덕을 일소하는 것이 통일이라는 진리를 8000만 민초들이 절감케 하는 것이 통일운동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서인택 < 한국글로벌피스재단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