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별양동 주공7-2 단지 입구에 재건축 인허가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지난달 이주에 들어간 이 단지는 오는 10월까지 조합원 이주를 끝낼 예정이다. 윤아영 기자
경기 과천시 별양동 주공7-2 단지 입구에 재건축 인허가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지난달 이주에 들어간 이 단지는 오는 10월까지 조합원 이주를 끝낼 예정이다. 윤아영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과천시 별양동 주공 7-2단지에선 오후 3시를 넘긴 시간에도 이삿짐을 싣는 트럭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이 단지 주민 박모씨는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얼마 전부터 이사를 가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밤이면 불이 꺼진 집이 제법 된다”고 말했다.

과천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과천 주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총 13개 단지 중 2000년대 중후반 재건축된 2개 단지를 뺀 11개 단지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7-2단지는 400가구가 지난달 20일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다른 단지들도 순차적으로 재건축 절차에 들어가 올 하반기에만 4000여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재건축 이주 시작한 과천 주공…3개월 새 매매가 7천만원 '껑충'
이 여파로 재건축 대상이 아닌 일반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3~4개월 새 최고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재건축 기대 효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하반기 중 4000여가구 이주

과천시에서 지난달 말 현재 재건축 인허가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조합원분 분양)인가를 받은 곳은 주공 7-2단지다. 주공 1·2·6단지는 그 직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올 하반기 중 이주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 4개 단지 가구 수는 모두 4324가구에 이른다. 지난 4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7-1단지(722가구)도 이르면 이달 인가가 나올 예정이어서 하반기 이주 가구가 5000여가구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재건축 이주 시작한 과천 주공…3개월 새 매매가 7천만원 '껑충'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전세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한다. 향후 1년 이상 재건축 계획이 없는 9단지와 재건축을 완료한 래미안슈르(3단지), 래미안에코팰리스(11단지)의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2억원대 초반이던 9단지 전용면적 47㎡ 전셋값은 최근 3억원으로 올랐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과천시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1년 새 3.3㎡당 평균 171만원 올라 1346만원에 달한다. 과천 중앙동 H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매물이 거의 없어 수요자들이 과천 이외 지역의 물건까지 찾고 있다”며 “이따금 나오는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래미안슈르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81%까지 높아졌다. 경기도 평균(72%)을 훨씬 웃돈다.

과천에서 전세 매물을 찾지 못한 이주 예정자들은 빌라나 인근 안양 인덕원 등의 아파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과천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매매·전세가격 동반 상승

재건축 대상 주공 아파트의 매매가격도 오르고 있다. 재건축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진 6단지 전용 47㎡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4억8000만원 선에서 매매됐다.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6월 초 거래 금액이 5억5000만원으로 뛰었으며 최근 매도 호가는 6억원까지 높아졌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7월 초까지는 거래가 있었지만 지금은 호가가 높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매매가 성사되는 건 급매 물건뿐”이라고 말했다. 6단지와 7단지의 매도 호가는 지난달 말 현재 3.3㎡당 3283만~3352만원으로 2008년 완공된 인근 래미안슈르(2283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과천 부동산업계에선 과천 주공 재건축 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바람에 이들 아파트가 완공되는 3년 뒤엔 전세 매물이 넘쳐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전셋값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전세 수요자들이 되돌아오지 않을 경우 ‘역전세난’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래미안슈르(2899가구)와 래미안 에코팰리스(659가구)가 입주하던 2007~2008년 전셋값이 폭락하는 일이 있었다. 래미안슈르 전용 84㎡ 매매가격은 입주 초기인 2008년 11월 7억5000만원이 지금도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전세가격은 지금 6억원 내외지만 당시엔 매물이 넘쳐나면서 2억2500만원까지 떨어졌다.

과천 별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매물로 나온 재건축 조합원 물량 가격은 단기간에 많이 올라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며 “내년에 진행될 일반분양에 대비해 청약통장과 자금을 준비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