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핸드백 OLD&NEW 세대교체
핸드백 시장에서 신·구 브랜드 간 세대교체가 활발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 유명 패션업체들이 다양한 핸드백 브랜드를 새로 내놓기로 해 치열한 ‘가방 전쟁’을 앞두고 있다.

제일모직은 자체 개발한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의 첫 매장을 AK플라자 분당점에 열었다. 라베노바의 핸드백은 ‘모자이크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라벤나의 건축양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격대는 30만~50만원 선. 라베노바는 올 하반기 총 10개 매장을 내고 1년 안에 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일모직은 패션에 민감한 30·40대 남성을 타깃으로 또 다른 잡화 브랜드 ‘일모’도 함께 선보였다. 기존 제품보다 가벼운 가죽가방이 주력 상품으로, 가격은 40만원 안팎이다. 올가을 6개 매장을 열고 내년에는 총 2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라베노바
라베노바
한섬은 프랑스 브랜드 랑방과 손잡고 만든 ‘랑방핸드백’을 내놓고 주요 백화점에 진출할 계획이다. 전통을 강조하는 기존 랑방의 이미지와 달리 보다 젊은 디자인으로 폭넓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주력 제품의 가격은 100만원 안쪽이 될 전망이다. 한섬 측은 “입점을 위해 주요 백화점 바이어와 품평회를 연 결과 사전 반응이 꽤 좋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러브캣’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잡화 전문기업 발렌타인도 새 핸드백 브랜드 ‘라메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1960년대 패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는 20·30대 소비자를 붙잡는다는 복안이다.

버버리,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코치, DKNY 등 해외 패션업체 핸드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온 것으로 유명한 시몬느도 올 10월 중순 최초의 자체 개발 브랜드 ‘0914’를 출시한다. 유럽 명품 브랜드처럼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적용하면서도 주력 상품 가격은 100만원 이하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0914라는 이름은 박은관 시몬느 회장이 지금의 부인을 만난 날이 1984년 9월14일이라는 이유로 지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새로운 브랜드로 무장하는 것은 부진한 잡화 매출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콘셉트와 디자인의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까지 인기를 누렸던 국내 브랜드들이 정체기를 맞은 사이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로 눈을 돌렸고, 이로 인해 토종 핸드백의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메트로시티, 닥스 등으로 상징되는 토종 핸드백 브랜드가 정체기를 맞았다”며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대체재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