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들이 가변형 벽체(가벽·假壁)를 활용해 공간을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가벽은 방과 방 사이, 거실과 방 사이, 주방과 거실 사이 등 다양한 공간에 설치한다. 취향에 맞게 방 개수나 침실 크기 등을 변경할 수 있다. 평면 설계 시 자투리로 애매하게 남는 공간에 가벽을 설치해 알파룸 등으로 활용하는 예도 늘고 있다.

공간 활용 극대화

자녀방에 가변형 벽체를 설치해 공부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광교 더샵’ 전용 84㎡B형(왼쪽)과 거실에 맞춤형 아트월 가구를 설치할 수 있는 ‘연제 롯데캐슬&데시앙’의 내부.
자녀방에 가변형 벽체를 설치해 공부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광교 더샵’ 전용 84㎡B형(왼쪽)과 거실에 맞춤형 아트월 가구를 설치할 수 있는 ‘연제 롯데캐슬&데시앙’의 내부.
건설사들은 특히 중소형 평형에 가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난달 포스코건설이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공급한 ‘광교 더샵’은 대부분 평면에 가벽을 적용했다. 전용 84㎡B형 안방의 경우 가벽을 세우면 독립적인 드레스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녀방엔 알파룸을 마련해 룸인룸(room-in-room)형과 독립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룸인룸형을 선택하면 자녀방과 알파룸이 연결된다.

홍동군 포스코건설 분양소장은 “과거 아파트는 똑같은 평면으로 설계돼 입주민이 인테리어공사를 따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수요자 입맛에 맞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맘대로 방 개수·크기 바꾸는 '트랜스포머 벽'
현대건설이 경기 광주시 태전 5·6지구에서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태전’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주택형의 자녀방은 가벽을 활용해 학습공간 강화형과 침실공간 강화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반도건설이 경기 화성시 송산신도시에 공급 중인 ‘송산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전용 74㎡A형은 가벽으로 다양한 공간 연출을 할 수 있다. 거실과 침실 사이에 가벽이 있는데 이를 확장하면 6.8m가량의 광폭거실이 된다. 후면의 알파룸은 방 또는 팬트리로 사용할 수 있다. 팬트리를 선택하면 주방과 식당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신동아건설이 세종시에 분양 중인 ‘세종 신동아 파밀리에 3차’는 가벽과 벽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평면이다. 전용 84㎡A의 경우 전면에 방 3개와 거실이 있는 4베이 설계를 도입했다. 현관 쪽에 나란히 붙어 있는 자녀방은 중간에 가벽이 있어 분리할 수 있고 통합해 사용할 수도 있다. 후면 쪽 공간은 팬트리 또는 서재로 사용할 수 있다. 팬트리를 선택하면 복도장과 ‘ㄷ’자형 팬트리를 제공한다. 서재형을 고르면 작은 방(2.3×2.9m)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대건설이 경기 평택시 세교지구에서 이달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평택’은 수납과 학습을 고려한 가벽을 도입한다. 전용 73㎡A형은 주방 부분의 수납 및 식당 공간을 넓힌 ‘가족공간 강화형’ 평면을 선택할 수 있다. 73㎡B형은 자녀방 두 곳에 별도의 학습공간 마련이 가능한 ‘두자녀 학습공간 강화형’ 평면을 고를 수 있다.

세대 분리용으로도 사용

벽 자체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벽에 공간을 파 수납장이나 장식장으로 사용하거나 벽에 수납 기능을 더하는 것이다.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이 부산 연제구 연산4구역을 재건축해 분양하는 ‘연제 롯데캐슬&데시앙’은 거실에 맞춤형 아트월 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거실 아트월의 고급스러운 벽면에 맞춤형 선반(유상 옵션)으로 수납공간을 제공한다. 거실의 선반도 4개의 색상을 적용하며, 다양한 레이아웃을 도입해 입주민이 원하는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게 한다.

오피스텔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건설이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M4블록에 공급한 중형 오피스텔인 ‘청라 롯데캐슬’은 기존의 똑같은 평면 구성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설계를 적용했다. 전용면적 58㎡의 경우 거실·안방의 구조였지만, 방을 2개 이상 만들 수 있다. 이 오피스텔은 수요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실의 샘플하우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벽을 제대로 세운다면 임대도 가능하다. 자신이 거주하면서 바로 옆에서 직접 임대 관리를 할 수도 있다. 한 채를 분양받아 한쪽엔 전세를 놓고 한쪽엔 월세를 놓는 방식도 가능하다. GS건설이 서울 중구 만리2구역에 선보인 ‘서울역 센트럴 자이’는 가구 일부를 임대할 수 있는 세대분리형(전용 84㎡)을 도입했다. 세대분리형 가구는 방 하나를 가벽으로 분리한 뒤 별도의 현관문과 욕실, 싱크대를 달아 원룸으로 임대할 수 있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가벽을 선택할 땐 추가 비용이나 방의 크기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