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특혜 대출 등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31일 서울 충정로1가의 NH농협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NH농협은행 본점에 수사관 3명을 보내 기업 여신심사 자료와 대출 심사위원회 회의 자료, 관련 규정집 등을 은행 측으로부터 입수했다.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된 리솜리조트그룹에 자금을 지원한 경위를 밝히기 위한 자료 위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한 자료의 규모가 방대하지는 않지만 농협 본점을 직접 겨냥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특혜 대출 의혹 단서를 상당량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농협은 리솜리조트의 재무건전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거액의 대출을 내줬다. 리솜리조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자본잠식 현상이 나타났다. 전국 각지에 리조트를 세우고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차입 경영을 벌인 결과였다. 그런데도 농협의 대출액은 2005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불어났다. 최근까지 리솜리조트는 농협에서 총 1649억원을 차입했고 이 가운데 14%인 235억원만 상환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검찰은 이런 비정상적인 대출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리솜리조트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5곳에서 진행한 동시다발형 압수수색에서 비리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리솜리조트그룹의 신모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한 상태다. 비자금으로 빼돌려진 회삿돈 일부가 특혜성 대출을 해준 대가로 농협 고위 인사들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비정상적인 대출 이면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지시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농협이 각종 용역 사업을 발주하면서 대금 부풀리기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았다. 하나로마트 등 농협중앙회 산하 유통시설의 건축이나 리모델링, 감리 등 여러 사업을 수주한 H 건축사 사무소 등이 수사 대상이다. 수사팀은 전날 H 건축사 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