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30일 ‘이화·하버드 서머스쿨 프로그램 종강기념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이 열렸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화여대와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단편영화를 관람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30일 ‘이화·하버드 서머스쿨 프로그램 종강기념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이 열렸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화여대와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단편영화를 관람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야근 잦은 직장인…술 즐기는 젊은…문신하는 여대생…하버드대 학생 카메라에 찍힌 '한국사회'
오전 2시 불이 환히 켜진 사무실 안. 한 여직원이 에너지드링크를 옆에 두고 잠을 쫓아가며 일하고 있다. 카메라가 점점 다가가 여직원의 얼굴을 가까이서 비춘다. 그는 “1주일에 네 번은 밤 늦게 퇴근하고 최소 두 번은 술을 마시는 회식이 있다”며 “하지만 야근이나 회식 참석이 업무평가에 반영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2학년 니슬린 사이반씨의 단편영화 ‘근면성실: 살기 위해 일하는가, 일하기 위해 사는가’의 한 장면이다. 미시간대 4학년 아론 넬슨 퍼셀 씨,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1학년 송수지 씨 등 3명의 학생과 함께 이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야근이 잦은 한국의 근로문화가 창의성과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다”며 “위계질서를 강조하며 원치 않는 야근을 강요하는 문화는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30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는 하버드대 학생들과 이화여대 학생들이 함께 찍은 단편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이화여대가 하버드대와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진행한 여름 계절학기 프로그램 ‘이화·하버드대 서머스쿨’에 참가한 학생들이 참여했다. 수강생들은 ‘영화로 보는 한국 사회’를 주제로 지난 5주간 단편영화를 제작해 이날 공개했다. 여기에는 하버드대생들이 한국 사회를 바라본 갖가지 시각이 담겼다. 학생들은 한국 직장인 특유의 근무 패턴을 비롯해 한국 음주문화, 문신의 유행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보였다.

하버드대 2학년 사라 앳스케 씨와 이화여대 4학년 김영인 씨 등 4명은 ‘당신 안에 강이 흐른다’를 통해 한국 음주문화를 탐구했다. 서울 신촌과 홍익대 인근을 돌아다니며 한국 젊은이들에게 음주를 즐기는 이유를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하지 못하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단순히 “술이 곧 내 인생이기 때문”이라며 웃는 이들도 있었다. 젊은이들의 설명만으로는 폭음이 많은 한국의 음주문화가 이해되지 않았던 하버드대 학생들은 조선시대 역사까지 뒤져 화면에 담았다. 앳스케 씨는 “조선시대 한국의 음주문화 관련 자료를 보다 보니 시를 짓고 서로 친분을 나누는 풍류의 개념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하버드대 1학년 프란체스카 시모니 씨 등 네 명은 영화 ‘새겨진 몸’을 제작했다. 시모니 씨는 많은 한국 여성이 멋을 위해 손목이나 발목, 쇄골 주위에 문신한 것을 보고 놀라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신체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유교적 전통에 충실할 거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깨졌다”며 웃었다.

이화여대는 2006년부터 10년째 매년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여름 계절학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여는 계절학기로 200명의 학생이 이 과정을 거쳐갔다. 올해 서머스쿨에는 하버드대 7명과 미시간대 2명, 이화여대 13명과 한국외국어대 1명 등 총 23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2학년 체이스 쇼 씨는 “한국은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한국 곳곳을 보고 많은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한국에 친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하버드대 학생들은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이화여대 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점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