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에서 관람 횟수 33만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간신’.
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에서 관람 횟수 33만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간신’.
직장인 김용선 씨(32)는 최신 영화를 극장이 아닌 집에서 인터넷TV(IPTV)로 본다. 예전에는 극장 상영을 놓친 영화를 주로 봤지만 요즘은 극장·IPTV 동시 상영 작품이나 극장을 거치지 않고 IPTV 주문형 비디오(VOD)로 개봉하는 작품도 찾아본다. 김씨는 “주로 액션 영화를 본다”며 “영화 VOD는 극장을 찾는 것보다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많고 편하게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000억대로 커진 영화 VOD 시장…안방서 흥행 전쟁
IPTV와 케이블TV의 VOD서비스가 주요 영화 소비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IPTV와 케이블TV의 영화 VOD 매출은 2254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29.7% 증가했다. VOD를 보는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IPTV 보급이 늘고 VOD서비스가 확대되면서 18~34세의 VOD 이용 비율은 2011년 8.3%에서 지난해 25.1%, 55세 이상은 같은 기간 2.9%에서 14.8%로 늘었다.

VOD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영화는 극장 흥행과 비슷하면서도 차별화한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방극장에선 박진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가 잘나간다. 올 상반기 VOD 관람 횟수 30만건을 넘은 영화 9개 중 7개가 액션영화다. 지난 1월 개봉한 ‘강남 1970’은 극장에서 관객 219만명을 기록해 손익분기점 300만명을 넘지 못했으나 VOD에선 가장 많이 본 영화 4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IPTV에서 개봉한 1000만명 동원 영화 ‘인터스텔라’를 15만건 이상 앞질렀다. 반면 코미디는 상대적으로 기를 못 펴고 있다. 상반기 극장 전체 흥행작 10위 안에 드는 ‘조선명탐정:놉의 딸’과 ‘스물’은 VOD시장에서는 각각 약 25만건, 10만건에 그쳤다. 극장 흥행과 VOD의 인기가 비례하지는 않는 셈이다.

영화의 전작이나 배우의 유명세도 인기를 결정하는 큰 요소다. 전편이 흥행한 영화의 속편은 대부분 이용 건수가 많다. 리엄 니슨의 화려한 액션으로 유명한 ‘테이큰’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테이큰3’가 대표적인 사례다. VOD 관람 횟수가 30만건이 넘었다. 니슨이 주연한 ‘런 올 나이트’도 덩달아 인기를 끌며 IPTV업체인 올레TV 영화시리즈 부문에서 이달 첫째~둘째주 2위를 차지했다. 올레TV 관계자는 “VOD 영화는 관람 후 바로 다른 콘텐츠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한 작품이 인기를 끌면 이용자들이 출연 배우의 다른 작품이나 비슷한 장르의 작품도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중성은 낮지만 작품성이 있는 영화 VOD의 인기도 눈에 띈다. 한 노부부의 삶을 다룬 잔잔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극장 206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작품이다. 대형 블록버스터의 20~25%에 그치는 스크린 규모로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VOD시장에서는 28만건이 넘는 이용횟수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춤을 출 자유를 찾아 유럽으로 떠난 이란 무용수의 실화를 다룬 ‘데저트 댄서’ 등 진지한 주제를 다룬 영화도 극장을 거치지 않고 IPTV에서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극장에서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선정적인 장면이 많은 작품도 VOD 인기 목록 중 하나다. ‘간신’이 대표적이다. 극장에선 110만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으나 VOD에서는 33만9000여건의 관람 횟수를 기록하며 높은 매출을 올렸다. ‘인간중독’도 극장에서는 손익분기점인 150만명을 못 넘겼지만 VOD 매출로 손실을 만회했다.

외국에선 성공했으나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 극장 상영관을 잡지 못한 영화도 VOD를 통해 관람객을 찾고 있다. ‘겟 하드’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2’ 등이다. 유명 배우 대신 미국 코미디언이 나오고, 문화와 관습이 다른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 힘든 작품이어서 IPTV에서만 개봉했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VOD시장은 극장 상영관을 잡기 어려운 중소형 영화제작사나 배급사에게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다. 지난해 말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평론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지만 중소형 배급사 영화로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 1월 말 VOD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상영관을 확대해 재개봉했다. 한 중소형 배급사 관계자는 “작은 배급사 영화나 다양성 영화는 극장 상영관을 잡기가 어려워 관객을 찾아가기 힘들다”며 “VOD서비스가 영화 관객에게는 다양한 작품을 놓치지 않고 감상하는 통로가 되고, 영화사에는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