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숙 잡마스터 사장(왼쪽부터)과 김정희 김정희유니폼·기획 사장, 탁미경 컴포지션 사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박병숙 잡마스터 사장(왼쪽부터)과 김정희 김정희유니폼·기획 사장, 탁미경 컴포지션 사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남자들처럼 술자리 영업을 할 수 없으니 오롯이 실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성 기업인의 장점인 섬세함과 꼼꼼함, 부드러움을 무기로 열심히 뛰다보니 큰 상을 받게 됐습니다.”

최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모범 기업인으로 상을 받은 16명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공통적으로 한 이야기다.

서울지방국세청장상을 받은 ‘김정희유니폼·기획’의 김정희 사장은 20년째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녹색어머니회, 학교보안관 등 주로 단체복과 관공서 근무복을 제작한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제품이 편하다는 것.

김 사장은 “신축성이 좋은 원단을 쓰고 마감 바느질까지 신경쓰기 때문에 활동하기 편하다”며 “까다로운 소비자로 꼽히는 주부를 상대하기 때문에 꼼꼼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답례품 등 행사용품 기획사업도 하고 있다.

박병숙 사장이 서울지방조달청장 표창을 받은 잡마스터는 경비·경호·청소 분야 근로자를 파견하는 업체다. 거칠고 남성 중심적인 인력 아웃소싱업계에서 창업 13년차를 맞은 박 사장은 “경쟁이 치열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경비 청소 등의 인력은 직급이 낮으면서도 대다수가 고령자”라며 “이들의 생일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날씨가 궂은 날엔 ‘조심하시라’는 안부전화를 꼬박꼬박 챙긴 게 비결”이라고 했다.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 덕분에 잡마스터가 좋은 근로자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 지난해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상을 받은 컴포지션의 탁미경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이다. 비서실에서 각종 기획일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탁 사장은 2007년 브랜드 개발 및 그래픽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기업 이미지통합(CI) 작업을 주로 하는데 인터파크와 파주시, 세븐럭카지노 등의 CI가 그의 손을 거쳤다. 컴포지션의 차별화 전략은 ‘기교 없고 질리지 않는 명료한 디자인’이다.

최근 중국에 디자인 법인을 차렸다. 탁 사장은 “요즘 창업이 열풍이지만 무작정 회사를 차리기보다 큰 조직에서 업무시스템과 노하우 등을 미리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