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세 경영인’ 박서원 >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부사장이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이 열린 제주 신라호텔 콘퍼런스룸에서 ‘경영 2세가 말하는 기업경영, 이생각 저생각’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이날 자신을 4세 경영인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 ‘4세 경영인’ 박서원 >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부사장이 24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이 열린 제주 신라호텔 콘퍼런스룸에서 ‘경영 2세가 말하는 기업경영, 이생각 저생각’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이날 자신을 4세 경영인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5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이틀째인 24일에는 젊은 3, 4세 경영인이 무대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 대신 회사를 맡아 매출을 4년 만에 25배 늘린 30대의 3세 경영인, 호텔 사장인 아버지에게 배운 서비스 정신으로 20년 전통의 외식 전문기업을 일군 여성 최고경영자(CEO), 혁신적인 브랜드로 콘돔사업에 성공한 4세 경영인. 가업을 그대로 물려받기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키우거나 아예 다른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청년 CEO들이다.

○60년 전통 버린 뒤 성공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
‘어묵 신화’를 쓰고 있는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32)은 회사를 맡은 시기부터 회상했다. 그는 “‘오뎅’ 사업 하기 싫어 미국으로 갔는데 2012년 2월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장남으로서 하는 수 없이 회계사 일을 접고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1953년 할아버지 때부터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으로 큰 회사인 만큼 현상유지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2010년 공장 규모를 키운 게 화근이 됐다. 공장을 짓느라 은행 빚이 200억원을 넘었는데 경쟁 과열로 주문은 되레 줄었다. 물건이 팔리지 않아 오전 11시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는 전국 거래처를 돌며 봉지당 2300원 하던 어묵을 2250원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50개 거래처 중 2개 업체를 확보하자 바로 경쟁업체들이 220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그런 곳의 이름도 똑같은 부산어묵이었다.

박 실장은 부산어묵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삼진어묵으로 사명을 바꿨다. 바로 아버지의 호통이 돌아왔다. “60년간 써온 회사 이름을 왜 마음대로 바꾸느냐”는 것이었다. 박 실장은 “마트나 식당을 상대로 어묵 장사를 해서는 가망이 없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독자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그 러면서 ‘어묵은 비위생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부산 영도에 어묵 베이커리와 어묵 체험관을 열었다. ‘어묵고로케’ 같은 신제품도 개발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011년 2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1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엔 5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콘돔 소재와 구두를 결합

이날 행사엔 콘돔도 주제로 등장했다. 강연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부사장(36). 박 부사장은 지난해 콘돔 사업을 시작해 1년 만에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자신이 만든 콘돔 브랜드를 ‘바른생각’으로 지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콘돔 상자를 화장품 상자처럼 꾸미고 바른생각이란 이름을 붙여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는 걸 부끄러워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로 힘들어하는 농민을 돕기 위해 잼 사업도 시작했다. 설탕 없이 천연 낙과로만 만든 제품이다. 떨어진 과일만 보면 농민들이 “이런 젠장”하고 한숨을 쉬는 데 서 착안해 제품 이름을 ‘이런 쨈병’이라고 지었다. 그는 모든 사업에서 나온 수익 전액을 미혼모나 낙과농민 돕기 기금 등에 내는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구두 사업을 하려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브랜드를 만들어주고 있는데 콘돔 사업에서 구두 디자인의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콘돔 소재인 라텍스를 구두 뒤쪽에 부착해 여성이 구두를 신을 때마다 뒤꿈치가 벗겨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남수정 썬앳푸드 사장
남수정 썬앳푸드 사장
○‘예스 마인드’로 성공한 외식업

매드포갈릭, 스파게띠아 같은 외식 브랜드로 유명한 썬앳푸드의 남수정 사장(47)도 관심을 받았다. 그는 손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준다는 ‘예스 마인드’를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남 사장은 “유효기간이 지난 쿠폰이나 아예 가짜 쿠폰을 가져와도 쓸 수 있게 해주라는 게 회사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장에 없는 김치나 소주를 찾는 손님 요구도 들어주고 속된 말로 진상 손님의 요구도 다 받아주려 노력하라고 직원에게 교육한다”고 소개했다.

남 사장은 “할아버지 때부터 호텔 사업을 하면서 외식업에 관심을 많이 가져 1995년 설립한 회사를 외식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브랜드 가운데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실패한 것 같은데 사업 철수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게 우리 회사의 좋은 경쟁력이자 전략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제주=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 공유
  • 프린트
  1. 1

    ‘초콜릿 대중화’ 이끈 국민 초콜릿, 가나[설리의 트렌드 인사이트]

    초콜릿은 언제 한국에 들어왔을까. 두 가지 설(說)이 있다. 하나는 조선시대 러시아 공관의 부인이 명성황후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바쳤다는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궁중에 초콜릿을 퍼뜨렸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초콜릿은 특권층의 음식이었다. 1950년 6·25 전쟁 때 미군이 초콜릿을 들여오며 일반인들도 초콜릿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본격적인 대중화 이끈 건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다. 1975년 롯데제과는 ‘가나초콜릿’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가나초콜릿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국민 초콜릿’으로 자리잡았다. 5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국내 판 형태의 초콜릿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1975년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신제품 개발에 앞서 스위스의 세계적인 초콜릿 기술자인 막스 브락스씨를 초빙해 기술 자문을 받았다. 스위시산 부드러운 초콜릿이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나초콜릿 출시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 행사도 열었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기술 개발, 마케팅에 힘입어 가나초콜릿은 불티나게 팔렸다. 수입 초콜릿이 점유한 국내 초콜릿 시장을 파고들어 그해 약 31%의 시장점유

  2. 2

    BNK부산은행, 모바일뱅킹 앱 새롭게 개편

    BNK부산은행은 26일 고객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뱅킹 앱(App)을 새롭게 개편했다고 발표했다.이번 개편으로 고객은 새로운 메인화면을 통해 자신의 대표 계좌 및 거래내역과 금융자산을 첫 화면에서 바로 확인 가능하다. 중요한 개인 금융일정과 고객 맞춤 상품 제안도 받을 수 있다.전체메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했다. 우선 복잡한 금융용어는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대체하고, 각 기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콘 형태의 직관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또한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메뉴를 즐겨찾기로 설정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이에 더해 마이페이지에서는 흩어져 있던 고객의 모든 금융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하고 쉽게 관리 가능하게 변경했다.김진한 BNK 부산은행 디지털금융본부장은 “이번 개편은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고객들이 효율적이고 직관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과 혁신을 통해 고객만족을 높여갈 계획이다”이라고 말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3. 3

    원자재 가격에 발목 잡혔다…세계은행 "내년까지 고금리 지속"

    올해와 내년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세계은행(WB)의 전망이 나왔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려면 물가가 낮아져야 하는데 높은 원자재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전날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 사이 원자재 가격이 40% 가까이 급락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2%P 이상 낮췄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고 분석했다.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스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인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벽에 부딪혔다”며 “이는 올해와 내년에도 각국의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은행이 집계하는 원자재 가격 지수는 올해 3%, 내년 4% 하락하는 데 그쳐 2015~2019년 평균보다 약 38%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각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를 이끌 요인이 약해힌 셈이다. 특히 세계은행은 중동 지역 분쟁이 확대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유국이 몰려있는 중동에서 한 개 이상 국가와 분쟁이 하루 30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 유가는 배럴당 평균 102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게 세계은행의 예측이다.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6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76달러(0.92%) 상승한 배럴당 83.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0.99달러(1.12%) 오른 배럴당 89.01달러에 거래됐다.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는 취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