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관리 성동조선, 삼성중공업이 경영 맡는다
삼성중공업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중인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에 나선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위탁경영하기로 방향이 잡혔다”며 “수출입은행과 삼성중공업은 이르면 다음주 중 협상을 마무리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23일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시작했던 성동조선 실사를 다음주 내 끝낸다. 금융권에선 삼성중공업이 약 2년간 성동조선을 위탁경영한 뒤 인수합병(M&A)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00년부터 2년간 삼호중공업을 위탁경영한 뒤 인수했다.

채권단 관리 성동조선, 삼성중공업이 경영 맡는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 위탁경영을 맡으면 두 회사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삼성중공업 고현조선소엔 해양플랜트 물량이 많이 있는데 이 사업의 진행 속도는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고 반대로 상선 수주는 계속되고 있다”며 “성동조선에서 일반 상선을 건조하고 고현조선소에서는 플랜트 및 일부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면 두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동남아시아에 상선을 전문으로 건조하는 조선소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성동조선이 2년치 물량을 확보해놓은 상태여서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성동조선 채권단은 약 5년 동안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또다시 추가 지원해야 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성동조선은 위탁경영을 통해 선박 수주금액 상승과 건조 기술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을 시작하게 되면 성동조선에 경영진을 파견해 인사와 재무 등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한다. 선박 수주와 기자재 구입 등도 공동으로 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의 성동조선 위탁경영은 조선업 전체를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의 과잉 수주 경쟁을 막고 경쟁력을 회복시키려면 조선업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