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타 벤처' 키워낸 SK…美 실리콘밸리도 홀렸다
[ 최유리 기자 ] # 카이스트 졸업생과 재학생 7명이 모여 만든 '비디오팩토리'가 일을 냈다. 영상 제작 플랫폼을 개발해 비공개 투자 프로젝트 'F50'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F50에 한국 스타트업이 선정된 것은 비디오팩토리가 처음이다. F50은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 100개 스타트업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이 회사는 SK그룹이 지난해 10월 개설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전센터)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이다. 황민영 비디오팩토리 공동대표는 "대전센터에서 진행한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기회를 잡았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현지 마케팅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23일 대전센터에선 비디오팩토리를 포함한 10개 스타트업의 졸업식이 진행됐다. 대전센터가 지난해 10월 선발해 인큐베이션을 거친 이들이다.

대전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시, SK그룹과 함께 스타트업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는 작업을 해왔다. 사무 공간부터 1:1 멘토링, 투자자 유치, 사업 자금까지 전방위 지원을 제공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중소기업청 등과 공동으로 300억원 규모의 SK-KNET 펀드를 조성하는 등 500억원 이상의 펀드 자금을 마련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개발한 '엘센'의 박지만 대표는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없어 1:1 멘토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며 "작게는 스피칭 교육부터 크게는 법인 설립과 사업 아이템 설정까지 가이드를 제시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원은 성과로 이어졌다. 스타트업 10곳의 총 매출액은 18억원을 기록해 대전센터 입주 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입주 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32억원을 넘어섰다.

매출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입주사의 임직원 수도 증가했다. 총 71명으로 입주 전보다 70% 이상 뛰었다. 특히 20~30대 연구 개발 인력들의 비중이 높았다. 대전 지역 내 다양한 연구기관과 카이스트 등에서 인력풀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현장+] '스타 벤처' 키워낸 SK…美 실리콘밸리도 홀렸다
졸업 후에도 스타트업과 대전센터의 지원 체계는 이어진다. 사업 기반을 확장할 수 있도록 SK그룹과 협력 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엑센'이 개발한 이산화탄소 센싱 기술을 휴대폰 미세먼지 측정기인 '에어큐브'에 적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씨메스'와 손잡고 이들이 개발한 산업용 3D 스캐너를 반도체 생산 공정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는 "10개월이라는 인큐베이션 기간이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좋은 지원 체계이기 때문에 다른 스타트업들과도 공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테그웨이는 웨어러블 소자를 옷처럼 입고 체온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의 말처럼 대전센터는 2기 스타트업의 입학식을 준비하고 있다. 총 267개사가 지원해 최종 경쟁률 27:1을 기록했다. 18:1의 경쟁률을 나타냈던 1기 선배들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2기는 선발 과정을 거쳐 내달부터 센터에 입주할 예정이다.

장동현 SK창조경제혁신추진단장은 "투자와 고용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석준 미래부 1차관, 장동현 SK창조경제혁신추진단장, 강성모 카이스트 총장과 서울, 대전지역 벤처캐피탈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대전=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