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중학생도 읽을 수 있게 풀어썼죠"
“‘금강경’은 저에게도 늘 어려웠어요. 우리 불교가 관념적 해석에만 치우쳐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전적인 해석을 담아 중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금강경 해설서를 써보자고 마음먹었죠.”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휴식형 템플스테이 ‘내비둬 콘서트’를 기획, 진행하는 등 불교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온 일감 스님(사진)이 첫 번째 책을 출간했다. 조계종이 근본경전으로 삼는 ‘금강경’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 쓴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민족사)이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일감스님은 “공(空)·무아(無我) 등 불교의 어려운 사상과 용어를 쉽게 풀어쓰려고 했다”며 “원전에 없는 글도 많이 담고 원문 자체의 번역을 도전적으로 과감하게 해봤다”고 말했다. 특히 공(空) 사상을 글자 그대로 텅 빈 것, 허무주의로 오해하지 않도록 뜻을 새겼다.

일감스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一切有爲法·일체유위법) 마치 꿈 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如夢幻泡影·여몽환포영) 이슬 같고 번개와 같으니(如露亦如電·여로역여전),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라(應作如是觀·응작여시관)’는 구절을 예로 들었다. “이는 세상이 다 허망하니 다 버리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 귀하게, 참되게 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강경은 집착에서 벗어나 공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일감스님은 그중에서도 ‘관계의 미학’을 강조했다. “금강경 전체를 꿰뚫는 한 말씀이 있다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관계 속에 존재하니, 관계를 좋게 해서 행복하게 잘 살라’는 것입니다.”

일감 스님은 “실제로 수많은 고통이 관계에서 비롯되고 불행감과 행복감, 심지어 온갖 질병이 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관계의 미학을 알면 이 시대의 온갖 갈등을 근원부터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옳음 속에도 빈틈이 있고, 상대방의 그름 속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 소통이 되면 배려하고 양보하고 인정하며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삶은 공(空)”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처가 되는 것은 멀고 험한 길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