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옷차림은 자유로워졌지만 오히려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정장과 달리 비즈니스 캐주얼은 재킷, 셔츠, 바지 등을 따로 갖춰야 하고 코디법도 까다로워 옷을 맞춰 입는 데 애를 먹는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 차장은 “새로 부임한 대표가 ‘옷을 세련되게 입으라’고 지시한 이후 의복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의뢰를 받아 스타일링 강의를 하고 있는 한경애 코오롱FnC 상무는 “젊은층은 옷을 알아서 잘 입지만 40~50대는 확실히 어려워한다”고 했다. 한 상무는 “넥타이만 풀면 비즈니스 캐주얼로 변신했다고 잘못 이해하는 분이 많다”며 “하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땐 하의를 짙은 색으로 입으면 상의는 밝은색으로 입는 식의 컬러 코디는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른바 ‘무개념 패션’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 골칫거리다. 라운드 티셔츠나 청바지를 입고 온 직원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상사도 많다. 일찌감치 복장을 자율화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너무 달라붙는 바지나 폴로티 등은 자제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여직원이 많은 기업들은 과도한 노출 패션을 자제하도록 하는 사내 복장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을 상대로 옷 입는 법을 조언해 주는 컨설팅 업체들도 생겨났다. 서울 강남의 한 업체 관계자는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를 설명하고 지원자가 개선할 점을 알려준다”며 “회당 비용은 60만~80만원”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스트레스는 한국 남성만의 것은 아니다. 2~3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금요일에 정장을 입는 ‘포멀 프라이데이’라는 새 풍속도가 등장했다. 자유 복장으로 출근하는 ‘캐주얼 프라이데이’의 반대말이다. 뉴욕타임스는 패션의 유행을 좇는 데 대한 남성들의 피로감이 반영된 일종의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