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울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 빅데이터 분석해 주민 관심분야 맞춤 강좌 열어
서울 답십리동에 있는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은 지난해 자녀 성교육과 관련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은 빅데이터 분석을 근거로 마련했다. 도서관이 연령대·일자·요일·열람실별 도서 대출 분포와 선호 분야 등 이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30대 여성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는 ‘자녀 교육’이었고, 어린이실 도서 대출 빈도 분석에서 성교육이란 키워드가 두드러지게 많았다. 이에 맞춰 마련한 자녀 교육·성교육 관련 프로그램은 신청 접수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 도서관은 ‘똑똑한 도서관’으로 불린다. 어린이·유아자료실, 종합자료실, 디지털 자료실 등 구성은 여느 구립도서관과 다르지 않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책정보와 서비스를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어서다.

송민선 답십리도서관장은 개관 때부터 ‘어떻게 하면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도서관 거대자료(빅데이터) 분석·활용체계 구축 사업’을 알게 됐다. 지난해 5월부터 이 사업에 참여해 KISTI가 개발한 프로그램 ‘사서 도움e’를 설치했다. 매일 쌓이는 도서·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민 맞춤형 운영 계획을 마련했다.

답십리도서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도서관에 없지만 다른 도서관에서 대출이 잘 되는 책’ ‘요즘 대형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 ‘우리 도서관에서 자주 대출돼 여러 권이 필요한 책’을 뽑아 장서 구매에 참조했다. 신생 도서관답게 지역 홍보에도 활용했다. 지역별 이용자, 가입자 수를 분석해 어느 동에 집중적으로 도서관을 홍보할지 계획을 세웠고, 주민을 찾아가 최근 인기를 끄는 책들을 소개했다. 특정 이용자가 어떤 주제의 책을 좋아하는지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을 열었다.

도서관이 이처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송 관장은 “국내외에 의료와 복지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는 많았지만 도서관은 없었다”며 “참조할 곳이 없어 자체 연구를 해가며 사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답십리도서관은 빅데이터 활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공모사업에도 여럿 선정됐다. 예산 규모에 비해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이런 노력으로 정부3.0 지방공기업평가 우수기관 선정, 교육기부 우수기관 인증 등의 성과를 거뒀다.

송 관장은 “빅데이터 활용의 최대 장점은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서들이 시스템에 적응하면 도서별, 이용자별로 다양한 활용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