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별을 향한 여정
떠나는 순간부터 고독했다. 강풍 때문에 세 번이나 연기된 뒤여서 불안감도 더했다. 2006년 1월19일 저녁. 땅을 박차고 솟구칠 땐 머릿속이 하얘졌다. 초속 16.26㎞는 인간이 만든 물체 중 가장 빠른 것이었다. 머리털이 쭈뼛 섰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심호흡을 했다.

그의 이름은 뉴호라이즌(New Horizons·새로운 지평선). 명왕성과 그 위성 5형제를 만나러 가는 첫 무인 탐사선이다. 지구를 떠난 지 9시간 만에 달나라를 지나고 석 달 만에 화성을 만났다. 이듬해 2월 목성을 통과하면서 이오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도 보았다. 잠깐 한눈을 파는 새 몸 한쪽이 고장났다. 데이터 처리 시스템 오류를 혼자 고치느라 이틀을 보내야 했다.

먼길 여행에는 역시 건강이 최고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동면에 들어갔다. 중간에 장비를 점검하고 이정표를 확인하느라 잠시 눈을 뜨곤 했다. 그 사이에 토성(2008년 6월)과 천왕성(2011년 3월)을 지났다. 2013년 7월 멀리 명왕성의 위성 카론이 보였다. 실눈으로 그 모습을 촬영했다. 지난해 여름 해왕성을 통과한 뒤 몸을 추슬러서 겨울에 완전히 잠을 깼다.

명왕성의 컬러사진은 올 4월9일에 촬영했다. 5월15일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고해상도 사진을 찍었다. 이제 1주일 뒤면 명왕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다. 7월14일 오전 7시49분(미 동부시간)은 인류 최초의 명왕성 탐사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48억㎞의 칠흑 바다를 혼자 헤쳐왔다. 총알보다 20배 이상 빠른 시속 5만8000㎞로 10년을 달렸으니 머나먼 여정이다.

그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남아 있다. 명왕성 바깥 얼음덩어리와 우주 먼지가 밀집한 카이퍼 벨트도 가봐야 한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천체만 1000개 이상 있다. 태양계 생성 초기에 행성이 되지 못한 조각들이 냉장 상태로 떠 있는 전인미답의 세계다. 2038년 이후까지 몸이 따라준다면 태양권 바깥까지 가볼 생각이다.

배낭 속엔 특별한 선물이 있다. 고향에서 가져온 플로리다 25센트 동전, 첫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원의 기체 조각, 명왕성 첫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의 화장한 유골 일부도 들어 있다.

모두들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풀 최대 우주쇼에 들떠 있다. 하지만 그는 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우주를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이며, 우리가 사는 별이 암흑 속의 외로운 한 점일 뿐이라는 것을. 그 고독한 여정, 침묵 속의 긴 여로가 곧 인간 삶의 행로와 닮았다는 것도.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