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반도체·자동차 부품주와 첨단소재 업체들이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의 ‘집중 선택’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 규모는 작지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실적 기대가 높은 종목이 증시 ‘큰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알짜 기술기업 외엔 성장 기대가 큰 제약주와 중국 소비주 등이 주요 운용사 장바구니에 포함됐다.
큰손들, 전·차부품·홈쇼핑주 집중 '러브콜'
○시가총액 1000억원대도 ‘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외 운용사들은 시가총액 3000억원 안팎의 중견·중소 반도체 및 자동차 부품주, 첨단소재 종목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운용사들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디엔에프(반도체 화학소재 제조업체), 코라오홀딩스(자동차 부품), 아이원스(반도체 정밀가공 부품), 코프라(차량용 플리머소재), 휴맥스(셋톱박스) 지분을 5% 이상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휴비스(첨단섬유소재)와 나노신소재, 한국카본(LNG 운반선용 단열재 및 탄소섬유) 등 첨단 소재주도 5% 이상 새로 담았다.

외국 투자회사도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자동차 부품주를 주로 사 모았다. 에프엘리미티드와 찰스슈왑앤코는 각각 반도체용 관이음새업체인 태광과 차량용 이미지센서를 제작하는 픽셀플러스 주식을 5% 이상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윙챔프인베스트먼츠는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제주반도체 지분 16.6%를 취득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밖에 글로벌 운용사인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는 국내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의 지분 5.08%를 신규 취득했다.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던 시가총액 1000억원대 중소형주도 큰손 투자자들의 투자 목록에 새로 올랐다.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은 리튬1차 전지업체인 비츠로셀(시가총액 1452억원) 주식을 5.45% 신규 취득했다. 비츠로셀은 지난달 이후 21.9% 상승했다.

추연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비츠로셀은 인도 등 신흥국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인프라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주”라고 말했다. 신일제약을 새로 담은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신진호 주식운용본부 대표는 “신일제약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보유현금 등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1998억원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슈퍼개미(큰손 개인투자자)’들도 국내외 자산운용사들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중국 부탄가스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태양의 지분 5.42%를 장내 매수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저평가 홈쇼핑주도 집중 매수

운용사들은 홈쇼핑주도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해 집중 매수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엔에스쇼핑과 1년 고점 대비 33.7% 하락한 현대홈쇼핑을 5% 이상 신규 취득했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은 1년 고점 대비 주가가 45.8% 떨어진 CJ오쇼핑을 새로 담았다. 한진칼(3개월 고점 대비 -24.6%), AJ렌터카(-19.1%), 포스코켐텍(-15.7%) 등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종목도 운용사들의 쇼핑 목록에 담겼다.

반면 최근 주가가 급등한 원익머트리얼즈, 삼양홀딩스, 피에스텍, 메리츠화재 지분은 5% 이하로 줄였다. 운용사가 5% 이하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대량 보유보고서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원익머트리얼즈 주가는 7만9500원으로 6월 이후 47.2% 상승했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3일 장중 사상 최고가인 25만7500원을 찍었으며, 메리츠화재 역시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1만6850원)를 기록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