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박수근의 유화, 미국인이 소장한 천경자의 그림, 김환기의 뉴욕시대 추상화, 1세대 서양화가 김인승의 인물화, 조선 시대 투구 등 희귀한 미술품이 대거 경매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오는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여는 여름 메이저 경매에 김환기, 장욱진, 이대원, 미국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와 솔 르윗 등의 작품을 비롯해 고려시대 도자기, 책장 등 218점을 출품한다. 추정가 총액은 87억원. 지난 3월 메이저 경매와 비슷한 규모다. 국내 미술 경기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작품값이 오르고 환금성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스마트폰으로 경매 출품작을 서핑하고 전화, 서면으로도 응찰할 수 있다.

K옥션은 단색화 중심의 경매시장 열기가 올 하반기부터 유명 구상화가 작품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이들을 다양한 전략 상품으로 내놨다.
오는 14일 K옥션의 여름 경매에 추정가 8억5000만원으로 출품된 천경자의 ‘막은 내리고’.
오는 14일 K옥션의 여름 경매에 추정가 8억5000만원으로 출품된 천경자의 ‘막은 내리고’.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천경자의 1989년작 ‘막은 내리고’다. ‘미인도’ 시리즈 가운데 수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의 추정가는 8억5000만~10억원. K옥션 측은 “미국 소장가가 오래 소장했기 때문에 일반에게 실물을 보이는 건 처음”이라며 “2006년 3월 열린 천경자의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라는 전시를 기념한 판화 모둠집에 실린 작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화면 전반에 노란색과 녹색을 고루 사용해 여성 얼굴의 강렬한 분위기와 화려함을 강조했다. 2009년 ‘초원’(105.5×130㎝·12억원)이 세운 천경자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깰지 주목된다.

박수근의 1962년작 구상화 ‘노목과 어린나무’도 추정가 3억5000만~5억5000만원에 나온다. 굵은 둥치의 고목과 작은 나무를 화면 앞뒤로 배치해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도쿄대 미대 출신으로 1세대 한국 서양화가인 김인승의 1955년작 인물화 ‘도기를 다루는 소녀’(1억6000만~2억5000만원), 장욱진의 ‘무제’(8000만~1억8000만원), 이대원의 ‘농원’(1억2000만~1억5000만원), 도상봉의 ‘조선백자’(7000만~1억5000만원), 김종학의 ‘설악풍경’(9000만~1억2000만원) 등 구상 작품들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매에 부쳐진다.

김환기의 ‘Sounding-3-Ⅷ-68 #32’.
김환기의 ‘Sounding-3-Ⅷ-68 #32’.
추상화 그림으로는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Sounding-3-Ⅷ-68 #32’가 추정가 6억5000만~10억원으로 여름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1968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파란 점과 화려한 면을 활용해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형상화한 게 특징이다. 고미술품으로는 조선 후기 투구인 ‘용봉문두정투구’(1억2000만~2억원)가 국내 경매시장에 처음 출품됐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담배꽁초 습작’과 미니멀리즘 작가인 솔 르윗의 해외 작품도 눈길을 끈다. 법원,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의뢰한 공간 4층 책장, 청자상감죽학문매병 등도 경매에 나온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미술시장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지난해부터 걷히면서 그림값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며 “유명 작가의 작품을 비교적 싸게 소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프리뷰는 오는 13일까지 서울 신사동 경매장. (02)3479-88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