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보조금 상한제 폐지 요구한 LG전자…제조사 vs 이통사, 단통법 놓고 또 신경전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통법 시행 영향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빚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단통법 폐지를 둘러싸고 스마트폰 제조사와 국내 이동통신업계 간 신경전이 불거질 전망이다.

2일 통신 및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단통법에서 규정한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해달라고 건의했다. 단통법은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 상한을 기기별로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고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살 때 보조금을 선택하지 않으면 대신 통신요금을 20% 할인해주도록 했다. 상한제가 폐지되면 통신사 측이 요금을 할인해줄 수 있는 여력이 사라져 사실상 법 자체가 무력화된다.

◆LG전자 “단통법 승자는 애플뿐”

LG전자 측은 건의서에서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스마트폰의 실구매가격이 높아져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된 데다 애플 아이폰 등 해외 제조사의 점유율만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단통법 시행 전만 해도 5.3%에 불과했던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12월 27.3%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LG전자는 당초 26%였던 시장 점유율이 단통법 후 13.4%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G4 등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힘입어 20%선을 회복했다.

휴대폰 판매량은 경기부진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하락세다. 미래부에 따르면 2011년 2598만대였던 휴대폰 판매량은 2012년 2359만대, 2013년 2095만대, 2014년 1823만대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LG전자 관계자는 “단통법의 기본 취지에는 여전히 공감한다”면서도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수요가 20~30%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보니 과거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선도하며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던 한국 시장의 지위가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신사 입장에서는 비록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애플을 제외한 모든 시장 참여자가 패배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통신사 “긍정적 효과 많아”

반면 이동통신업계는 겨우 정착 단계에 접어든 단통법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법 개정은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과도했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덕분에 최근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새로 내놓는 등 통신요금을 낮출 수 있었다”며 “시행된 지 고작 1년도 안된 법안을 뜯어고치는 것은 통신 시장의 선진화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보조금 상한제 폐지에 부정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한 것은 4세대 이동통신(LTE)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결과”라며 “보조금 상한 폐지보다 출고가 인하 등을 통해 제조사가 수요를 늘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