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최상의 상품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 이끈다
세계 최초의 비디오게임회사는 미국의 아타리다. 1977년 아타리2600 게임기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다른 회사들이 개발·판매할 수 있게 하고 게임기 판매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품질이 낮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대량 유통되면서 게임시장 붕괴로 이어졌다. 게임업계에서 잘 알려진 ‘아타리 쇼크’다.

후발주자인 닌텐도는 전략을 달리했다. 게임기는 보급형으로 저렴하게 만들고 게임 소프트웨어에 공을 들였다. 소프트웨어 정가를 5800엔으로 높게 책정하고 제작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아 이익을 챙겼다. 온갖 해적판이 돌아다니던 아타리 게임기와 달리 소프트웨어에 라이선스 개념을 도입해 허드슨, 남코, 캡콤 등 시장성과 기술력이 검증된 큰 규모 회사에만 게임 제작을 승인해줬다.

[책마을] 최상의 상품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 이끈다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패밀리컴퓨터(패미컴·사진)는 1983년 7월 출시 이후 1년 반 만에 200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1985년 슈퍼마리오 브러더스(남코), 드래건퀘스트(에닉스) 등의 패미컴 게임이 연달아 히트했다. 닌텐도의 매출은 1989년 2900억엔을 기록해 시장 진출 5년 만에 매출과 이익이 네 배로 늘어났다. 게임기 대신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전략이 통한 것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에는 차별화한 그들만의 비즈니스모델이 있다. 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엉성한 사업계획에 뭔가 있어 보이게 하는 도구”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인터넷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업설명에 이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다가 최근 들어서는 주춤하다.

미타니 고지 와세다대 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는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모델 70에서 “비즈니스모델론은 죽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속적 경쟁 우위를 점한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을 살펴본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비즈니스모델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적 수익 구조에 대한 영감을 떠올릴 수 있다는 취지다.

오래 쓸 수 있고 튼튼한 상품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크라운코르크앤드실 창업자인 윌리엄 페인터는 입버릇처럼 “한번 쓰고 버리는 걸 발명하라”고 말했다. 그는 1891년 왕관 모양의 병뚜껑을 발명해 특허를 내고 회사를 세운 뒤 코카콜라 등에 납품했다. 이 회사에서 영업담당으로 일하던 질레트는 페인터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갈아끼우는 T형 면도날을 세계 처음으로 발명했다.

온라인 신발판매회사 자포스의 철학은 고객 중심 서비스다. 토니 셰이 대표는 공공연하게 “자포스는 우연히 판매업을 하고 있는 서비스 회사”라고 말한다. 고객센터에 근무하는 사원은 상부에 보고할 필요 없이 환불과 쿠폰 제공, 특별 배송 추적 등 다양한 업무를 자신의 권한으로 처리할 수 있다. 자포스는 고객의 재방문율이 동종업계 기업보다 높다. 매출의 75%를 단골을 대상으로 올린다. 업계 평균은 40%대다.

미타니 교수는 식료품가게 장남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비즈니스모델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부모가 운영하던 채소생선가게 미쓰야가 대형 슈퍼마켓의 위협으로 반찬 판매를 시작하고, 카페를 겸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비즈니스모델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부록을 통해 시몬느, SM엔터테인먼트 등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가 뽑은 네 개의 국내 우수기업 사례도 살펴볼 수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