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로클럭 출신 판사임용 갈등
“법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변호사로 오래 일하겠습니다.”

재판연구원(로클럭) 두 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휴게실에서 로펌 취업면접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처음 임용된 로클럭 임기가 끝나가는 2013년 하반기에 기자가 본 장면이다. 이들은 “판사 임용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로클럭 출신을 받아 교육시켰는데 판사가 돼 떠나면 로펌만 손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후관예우’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로펌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판사를 만들기 위해 로클럭 출신을 특혜를 줘서 뽑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작 로펌과 로클럭은 바뀐 게 없는데, 주위 시선만 정반대로 바뀐 웃지 못할 상황이다.

검사, 변호사, 판사 등 법조 직역 간 경계를 허물자는 법조일원화 도입으로 법조계가 혼란스럽다. 지난 1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판사가 처음 임용된 것을 놓고도 변호사 단체의 성명서 발표, 고발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혼란의 배경에는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갈등을 중재하거나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 변호사 단체는 로스쿨 출신과 반목하고 있다.

한 단체가 최근 로클럭 출신 판사 임용자를 비판하며 낸 성명에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와 같은 원색적 표현도 들어 있다. 심지어 법원도 혼란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법원이 우수 인력을 검찰에 뺏기지 않기 위해 로클럭 지원자에게 ‘추후 판사 임용에 지원하면 유리할 것’이라는 암시를 줬다”며 “변호사 단체의 반발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시 출신 변호사 중에서도 전관(前官)이나 대형 로펌에 있는 사람은 사시 존치나 로스쿨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주로 관심을 갖는 건 비교적 여건이 어려운 개인 개업이나 소형 로펌 소속 변호사다. 이들은 변호사 업계가 어려워진 책임을 로스쿨에 돌리며 자신들처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하는 로스쿨 출신과 반목하고 있다. 소모적이고 한 치 앞밖에 못 보는 싸움이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