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수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 음악업체 애플뮤직이 한국에 들어온다 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원수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 음악업체 애플뮤직이 한국에 들어온다 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국내 최대 음악콘텐츠 생산·유통업체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4일 코스닥협회로부터 제7회 대한민국 코스닥 대상 최우수경영상을 받았다. 엔터테인먼트 업체 최초다. 재무실적이 꾸준히 향상된 데다 투명경영, 고객만족 서비스, 사회공헌 활동 등 경영 전반을 높게 평가받았다.

"스타쉽·킹콩엔터 인수 완료…중국 음악시장 뚫겠다"
로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7.9% 증가한 3233억원, 영업이익은 56.6% 늘어난 58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783억원, 영업이익은 15.3% 감소한 131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연초 4만59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2일 현재 7만9400원으로 73% 올랐다. 시가총액도 SM이나 YG의 세 배 정도인 2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로엔을 창업 초기부터 이끌어온 신원수 대표(52)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만났다. 1989년 SK텔레콤 공채 1기로 입사해 음악사업부에서 멜론(로엔 음원사업부문) 출범에 참여했던 신 대표는 음원 렌털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해 국내 음악시장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안착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뮤직이 한국에 들어온다 해도 로엔 경쟁력이 높다고 시장에서 보고 있습니다.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면서 고객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이보다 수준 높은 빅데이터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거든요.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누가, 어떤 시각으로 듣는지 정확하게 알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했어요. 애플식 글로벌스탠더드 서비스로는 국내 사업자를 넘기 어렵습니다.”

애플뮤직은 지난해 미국 애플이 인수한 선곡형 음악 서비스 ‘비츠뮤직’에다 기존 ‘아이튠즈 라디오’를 결합한 것. ‘글로벌 라디오’ ‘팬과 아티스트의 연결’ 등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그러나 로엔의 서비스는 이를 훌쩍 넘어섰다. 국내 K팝에 대한 지식재산권도 30% 정도 보유하고 있다. 애플뮤직이 한국에서 영업할 경우 로엔의 노래들을 판매해 저작권료를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음원시장에서 거래되는 K팝 비중은 80% 이상이다.

“멜론 가입자는 계속 늘어나 음원시장의 55~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년여 전 월정액을 3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린 뒤 가입자가 더 늘었죠. 스마트폰의 킬러콘텐츠가 음악이란 게 입증됐습니다.”

신 대표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씨스타가 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한류스타 이광수 등이 속한 킹콩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했다. 이로써 50여명의 연예인을 확보해 음악업계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지난 1일에는 스타 관련 머천다이징(MD) 쇼핑몰인 ‘멜론 쇼핑’도 출범시켰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사와 팬을 하나로 묶어주는 쇼핑 플랫폼입니다. 기획사는 구매력 있는 특정 타깃에 상품을 노출해 지속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하고 팬들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스타의 MD 상품을 살 수 있게 됐죠. 기획사의 기존 MD 상품뿐 아니라 DIY(Do It Yourself) 상품, 특별기획상품 등도 내놓을 겁니다. DIY 상품은 기획사가 사이트에 등록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박효신 머그컵’ ‘아이유 에코백’ 등을 직접 제작하는 것이죠. 특별기획상품은 기획사와 멜론, 제조사(판매사, 디자이너)가 협업해 만드는 한정 상품입니다.”

그는 최근 소속가수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 ‘프로듀사’가 중국에 판매된 것을 계기로 중국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중국 방송사가 출연을 요청하는 등 아이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가 제대로 안 돼 있어 가수의 출연료나 공연수입밖에 없는 게 문제예요. 로엔이 중국 최대 음악회사 위에화와 제휴한 것도 현지에서 함께 중국형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중국 정부는 콘텐츠를 산업적 관점이 아니라 국민 계몽과 행복의 관점에서 보고 있어요. 지식재산권 보호에 이제 눈 뜨기 시작한 것은 그마나 다행이죠.”

그는 중국시장에서 스타파워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협상, 법률, 마케팅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회사 규모가 커야 한다는 얘기다. 초창기 일본에서 한류가 불기 시작했을 때 일본 업체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갔던 것도 규모의 경제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씨엔블루 등이 속한 FNC엔터테인먼트의 지분 5.14%를 사들인 것도 미래를 위해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