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재 KIST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장(맨 앞)이 연구원들과 함께 원격회의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유범재 KIST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장(맨 앞)이 연구원들과 함께 원격회의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회의 시간이 됐다. 수십명이 참석할 수 있는 회의실에는 상석에 앉은 단 한 사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특수 안경을 쓰자 눈앞에 좌석을 빼곡히 채운 참석자들의 홀로그램 영상이 펼쳐진다. 최근 개봉한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이다. 전 세계에서 활약 중인 영국의 비밀 요원들이 실제 한자리에 모인 것처럼 원격 회의(텔레콘퍼런스)를 여는 영화 속 풍경은 2019년이면 현실화될 전망이다.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은 이를 위한 핵심 기술 확보에 바짝 다가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0년 연구단을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으로 선정해 매년 100억원씩 투자하고 있다. 2019년까지 관련 원천기술 개발이 목표다.

박지형 KIST 책임연구원팀은 가상현실을 체감할 수 있는 ‘안경식 디스플레이(HMD)’를 개발했다.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모피어스’ 등 다른 가상현실 기기들은 머리에 벨트를 착용해야 할 만큼 크고 400~450g으로 무거운 데 반해 이 제품은 일반 선글라스 정도의 크기에 무게도 60g으로 줄였다. 몰입감도 한층 높였다.

김기훈 KIST 책임연구원팀은 근육 신호를 사용해 사람의 동작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는 ‘피부 근전도센서(sEMG)’를 고안해 냈다. 사람이 어떤 동작을 하려면 그에 앞서 근육을 수축시켜야 하는데 이때 나오는 전기 신호인 근전도 신호를 포착해 동작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근전도 신호가 실제 동작보다 1000분의 30초 정도 먼저 발생하는 것에 착안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밴드 형태의 센서를 팔뚝에 착용하면 손과 손가락의 운동 패턴을 인식해 멀리 떨어진 로봇을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 있다.

도락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팀은 실내 공간의 영상과 거리 정보를 빠르게 스캔해 3차원(3D) 실내 지도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코엑스몰과 같은 넓고 복잡한 실내 공간도 특수 센서를 장착한 이동식 장비를 메고 한 바퀴만 돌면 구석구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지도가 완성된다. 센서가 현 위치를 오차범위 10㎝ 이내로 정밀하게 측정해 이동 거리 및 궤적을 자동으로 계산해 준다.

정용안 가톨릭대 통합의학연구소 교수팀은 초음파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다양한 촉감을 느끼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유 단장은 “2019년에는 영화 킹스맨에 나온 텔레콘퍼런스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단이 개발 중인 19개 과제도 세계적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7월 9~10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리는 테크페어 행사에서 관련 연구 성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