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리1호기 폐로는 또 다른 기회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지난 12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권고 결정을 했다. 정부의 권고를 받은 한국수력원자력은 16일 이사회를 개최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2차 계속운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40년간의 전력생산을 마치고 2017년에 영구 정지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어떻게 결정된 것일까. 가장 오래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한수원과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이었다. 결국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 결정은 계속운전에 따른 불확실한 경제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계속운전이 승인된 월성 1호기의 경우 심사 기간 장기화로 운영 기간이 줄어들게 돼 경제성을 악화시켰다. 갈수록 증가하는 계속운전과 관련된 지원금도 계속운전을 준비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던 게 틀림없다.

영구 정지가 결정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결국 핵심은 원전에 대한 수용성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은 국내에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 사고로 국민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높아졌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후속조치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위조부품 사건이나 고리 1호기 블랙아웃 사태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말았다.

원전 해체 경험이 없는 한국에서 원전 해체는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 확보를 위한 ‘역설적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원전 해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경험이 많지 않다. 작년 말 기준 150기의 원자로를 영구 정지했지만 아직까지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에 지나지 않으며, 국가별로는 미국, 독일, 일본에 국한된다. 따라서 고리 1호기 해체는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자는 고리 1호기 운영 기간이 종료되는 2017년까지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영구 정지에 따른 후속조치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하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체를 위해 관련 법률과 규정들도 보완·개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 원자력시대의 첫발을 디딘 고리 1호기는 한국 근대화의 상징적인 발전소다. 그 역사성을 살리고 유종의 의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고리 1호기가 해체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원전 포기가 아닌 또 다른 기회임을 유념하자.

장성호 <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교수 >